농민의 이해를 대변해야 할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이 거대 조직의 힘을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겨 온 사실이 5개월 간의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동안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연루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용두사미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 7월부터 농협 비리를 수사해 10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농협 전ㆍ현직 임직원은 모두 13명에 달했다.
이번 수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표면화되지 않았던 축산경제 부문의 비리다. 검찰은 올해 9월 농협에 대한 납품 청탁과 함께 사료업체 대표 고모(58)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기수(61) 농협축산경제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농협중앙회 소속으로 자회사인 농협사료에 파견돼 일하던 고씨는 올해 1월 퇴직 후 사료첨가제업체를 차렸는데, 이 대표는 자신의 선거과정에서 도움을 준 고씨를 위해 농협사료 측에 압력을 행사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08년 축산경제 대표였던 남경우(71ㆍ구속기소)씨도 특정 사료업체를 지원해 준 대가로 8,000만원을 챙겼다. 하청업체에서 적게는 1,950만원, 많게는 3억원씩을 챙겼던 농협사료 전ㆍ현 임직원 6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로비자금이 오가면서 사료값도 상승, 결과적으로 축산농가에 피해가 전가됐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건축분야 자회사인 NH개발에서도 인사와 공사수주 등의 과정에서 광범위한 금품 로비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업본부장 출신 성모(52ㆍ구속)씨와 NH개발 전 대표 유모(63ㆍ불구속)씨가 인사 과정에서 2,000만원을 주고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최원병 회장 측근 비리와 관련,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경주 안강농협 전 이사 손모(63)씨 등 6명도 기소했다. 손씨는 농협과 거래하는 특정 업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2억여원을 챙기는 등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손씨는 최 회장의 비리 개입 의혹에 대해선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애초 수사의 출발점이었던 농협은행의 리솜리조트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살펴봤으나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 등 2명만 사기대출과 횡령 혐의로 기소했을 뿐, 농협 관계자들의 공모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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