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방송사들의 가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루이틀 간격으로 같은 가수, 같은 무대를 반복하며 해마다 지적을 받는 단골 소재다.
올 연말도 이변은 없었다.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제 현황을 보면 중복 출연자가 다수다. 방송사들은 나란히 27~29팀을 섭외했는데 2군데 겹치기 출연이 20팀 이상이다. 3사에 모두 출연하는 그룹도 15팀이나 됐다. 어느 방송사든 과반수 이상이 같은 가수로 채워졌다는 뜻이다.
약 3시간 동안 30여팀의 무대를 꾸려야 되니 온전한 연출을 바라기도 힘든 상황이다. 방송사는 기획사에 곡당 3분으로 축소하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바라보는 팬도, 가수도, 기획사도 의미 없는 무대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 존재의 이유
SBS '가요대전', KBS '가요대축제', MBC '가요대제전'. 제각기 다른 포장이지만 내용물은 똑같다. 뚜렷한 명분도 없어 매번 존재의 이유를 따지게 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들이다.
과거에는 시상식 형태로 가수들에게 1년 간 활동을 축하라도 해줬다.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확실한 명분이었다. 현재는 뚜렷한 주제도, 명분도 없다. 가수들을 줄 세워 순번대로 각자 무대를 펼치고 내려가는 형태다.
그렇다고 일본 NHK의 '홍백가합전'처럼 출연 자체가 성과일 정도로 권위가 통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인기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기획사들의 방송사 눈치보기다.
한 가요 관계자는 "회사별 출연 가수를 놓고 방송사와 매번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연말은 가수들에겐 가장 바쁜 시기인데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한다. 향후 활동에 불이익으로 이어질까봐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 가요제 출연은 영광보다 '희생'으로 더 잘 통한다. 그 중에서 3사 가요제에 모두 출연하는 팀은 소속사로부터 위로 받는 분위기다. 반면 올해 활약상으로 치면 매번 손꼽히는 빅뱅만 이례적으로 모든 가요제에 불참한다. 빅뱅 외에도 YG엔터테인먼트는 SBS '가요대전'에서만 소속 가수 무대를 준비했다.
■ 엉성한 연출
SBS '가요대전'은 엉성한 무대 연출까지 더해져 팬과 기획사들의 불만을 폭주시켰다. 하울링(울림) 심한 음향, 과도한 레이저 조명 등은 시청자들의 지적이었다. 새까만 화면을 한동안 송출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얼굴과 동작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카메라 워크도 공연 내내 이어졌다. 한 그룹의 멤버는 한차례도 카메라에 잡히지 못해 울상을 지었다.
피날레인 싸이의 무대는 전날 콘서트 장면을 빌려와 놓고 생방송 자막을 입혀 빈축을 샀다. 비투비 무대에서는 '또 뮤지컬 하고 있네'라는 코멘트가 더해지는 사고가 났다. 일각에선 현장 스태프의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채 흘러나온 음성이라고 추측했지만 SBS는 제작진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역대 최고 무대'라고 홍보하던 '가요대전'은 그렇게 숱한 뒷말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 살인적인 스케줄
SBS가 한걸음 빨리 27일 무대를 올렸지만 KBS가 30일, MBC가 31일을 고수했다. 30일과 31일은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이 몰린 날이다. 가수 활동뿐 아니라 연기와 예능 활동을 두루 펼쳐온 스타들은 이동수단부터 고민이다. 평일에도 교통체증이 일반적인 서울에서 연말 곳곳을 누비기 때문이다.
비투비의 육성재는 가장 바쁜 연말을 보낸다. 3사의 연말 아홉 행사 중 여섯 곳을 소화한다. 특히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3사를 모두 들린다. 경기도 일산에 무대가 마련된 MBC '가요대제전'에서 비투비 공연을 소화한 뒤 KBS '연기대상'을 위해 여의도, SBS '연기대상' 참석을 위해 삼성동으로 향한다.
AOA 설현 역시 일산과 여의도를 오가는 코스다. 지난 7월 종영된 KBS2 금요극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주연을 맡았던 설현이다. '가요대제전'에서는 AOA, KBS '연기대상'에선 배우로 '순간이동'할 예정이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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