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움직임을 연구했던 수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은 대개 '가격' 자체에 집착했다. 대다수의 주식투자자들도 오늘의 종가가 얼마인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소수의 통찰력 있는 분석가들은 '시간'이라는 요소가 가격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목균형표의 창시자인 '일목산인(一目山人)'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일목균형표 분석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시간론'은 독창적인 이론이지만 안타깝게도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주가의 등락은 분명 시간과 관련이 있다. 서양의 주기 연구자들은 주기가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주만물의 모든 움직임과 변화에 간여한다고 믿는다. 주기분석의 선구자인 에드워드 듀이(Edward R. Dewey)와 오그 만디노(Og Mandino)는 '주기, 사건을 유발하는 신비로운 힘'이라는 책을 썼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간 전쟁은 22.20년 주기로 발생하며, 태양흑점은 11.11년 주기로 활동하고, 부동산 경기는 18.33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이 밖에도 해충의 번성, 결혼, 출산율, 이민자 수, 가뭄 등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결혼, 이민, 주식가격 등 전혀 관계없는 현상들이 동일한 주기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듀이와 만디노는 이것이 우주공간에 있는 어떠한 파동(pulse)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주가의 등락도 모든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마치 SF소설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기술적 분석가들의 상당수는 이러한 가설을 지지한다.
허스트(J. M. Hurst)는 주식시장의 주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는데, 그에 따르면 시장의 주기는 물리세계의 파동처럼 고점인 마루와 저점인 골로 이루어져 있다. 허스트는 주기의 크기, 시간, 단계를 알면 주기를 이론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가는 왜 단순한 물결무늬가 아니라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 걸까? 허스트는 이를 합성파동으로 설명한다. 다른 주기를 갖는 파동들이 중첩되면서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파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주가의 움직임이지만, 이 합성파동을 분해해보면 일정한 주기를 갖는 단순한 장단기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주가의 주기를 정확하계 예측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매기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투자를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것에는 주기가 있으니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오르는 것이 가격이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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