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5) SK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부인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사실혼 관계인 A씨와 혼외 관계로 6살짜리 딸을 뒀으며 노 관장과 이혼 후 A씨와 재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노소영 관장은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이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 사법부는 결혼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요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2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일부 언론에 이혼 결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 이혼 의사를 공표했다. 최 회장은 편지를 통해 10여년 전부터 노 관장과 사이가 틀어져 별거 중이었고 이혼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에 만나 1988년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당시 대통령 가문과 재벌 가문의 혼인으로 화제가 됐지만 정경유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SK그룹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돼 특혜 시비가 일면서 사업권을 반납했으나 대신 1994년 공기업이었던 KT 자회사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통신사업에 진출했다.
최 회장의 내연녀 A씨는 이혼 경력이 있는 40대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혼 논의를 하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수년 전 여름 아이가 태어났고 노 관장도 아이와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서울 한남동에서 A씨의 집을 마련해줬고, 노 관장은 SK그룹 소유의 워커힐호텔 내 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옳지 않다”며 노 관장과 이혼하고 A씨와 재혼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갑작스럽게 공개 이혼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이혼 협의가 원만치 않아 공론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독교에 심취한 최 회장 입장에서 혼외자식인 딸이 성장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가정사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사생활 소문이 확산되는 상황이라 털고 갈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노 관장의 뜻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노 관장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장차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혼할 이유가 없다”며 “단순 재산 분할이나 지분 이상의 의미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 측에서는 “아이들도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의사가 다른 만큼 앞으로 이혼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혼을 원하는 최 회장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어 노 관장이 이혼을 원치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한 이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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