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공무원 동아리 ‘책여행’
8년 간 독서문화 확산 산실로
책 선정 ‘이끔이’ 돌아가며 맡아
편식 벗어나 다양한 책 섭렵
“슬픈 이야기인데도 스토리를 잘 이끌어 가서인지 잘 읽히는 소설이었어요.” “운명이란 시대의 사건들과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생각돼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청 지하1층 북카페에 모인 10여명은 너 나 할 것 없이 가슴속 봇물을 뿜어내듯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한마디씩 소감을 꺼내놓았다. 8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 그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책을 손에 놓지 않은 회원들의 진득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들은 송파구 직원들로만 구성된 독서동아리 ‘책여행’ 회원들이다. 2008년 ‘독서경영리더양성과정’을 이수한 직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독서동아리로 어느덧 회원수가 20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 동안은 공직 생활 15년 이상의 고참급 회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햇병아리 공무원도 6명이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송파구의 가장 중요한 정책인 ‘책 읽는 송파’ 만들기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 약 67만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송파구는 4년여 전부터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책 읽는 송파’ 사업은 “책이 주는 값진 경험과 지식은 한계가 없다”는 박춘희 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5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주민들에게도 ‘가장 잘 한 사업’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책여행’은 월 2회씩 한권의 책을 각자 읽고 책에 관한 느낌에 대해 토론 활동을 한다. 단순히 책 읽기에서 벗어나 회원들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며 나가고 있다. 이들은 ‘이끔이 제도’ 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이끔이’가 돼 책을 선정하고 발제를 하는 것으로, 이끔이는 평소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서 회원들에게 공지를 하고 토론거리를 제시하며 모임을 진행한다.
책을 읽는 것 말고도 ‘책여행’은 바쁘다. 대형 서점이 주최하는 ‘독서경영 포럼’과 문화체육 관광부 주최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 에 참석해 다른 동아리들의 활동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송파구의 ‘8주 프로젝트 생애 첫 책 쓰기’ 사내 교육에 책여행 회원이 대거 참여해 ‘우리들의 생애 첫 책’이라는 e북을 엮어 ‘문화소비자’에서 ‘문화생산자’로의 값진 경험도 함께 했다.
‘책여행’ 회원들은 독서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는 편식 독서에서 벗어나 회원들이 선택한 문학, 철학, 정치 등등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소나기식으로 읽을 때는 한꺼번에 읽다가 어느 순간 책을 놓아버리는 혼자 하는 독서의 단점을 막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책여행 회장을 맡고 있는 교통과 최은희 팀장은 “최근 독서를 하는 국민들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책이란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답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스승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책 읽는 송파’ 만들기에 우리 ‘책여행’ 동아리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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