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면 중소병원으로 보내고, 계속 큰 병원에 머물면 진료비를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협의체)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관련감염대책 추진 권고문’을 발표했다. 협의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속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 및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했으며 지난 10월부터 감염대책을 논의해 왔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 환자 186명 중 88명이 응급실에서 감염됐을 정도로, 응급실 과밀화는 메르스 확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왔다.
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구급대가 비응급환자를 대형병원(권역응급센터, 상급종합병원)에 이송하지 못하도록 응급의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판단해 응급환자가 아니면 중소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하고, 이를 구급대 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에 왔을 때도 응급실 전문의료 인력이 미리 환자를 분류해 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법에도 이 조항이 있지만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누가 봐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비응급ㆍ경증 환자가 계속 대형병원에 머물 경우 진료비 중 본인 부담금을 늘릴 계획이다. 반대로 의사의 요청에 따라 중소병원으로 옮기면 본인부담금을 낮출 계획이다. 실제로 가장 과밀한 20개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환자 중 경증ㆍ비응급환자 비율은 75%나 된다.
복지부는 또 대형병원은 응급실에서 24시간 초과해 체류하는 환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권역ㆍ지역응급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임호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병원이 응급환자를 분류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는 방안은 내년부터 시행하고, 구급대가 환자를 분류하는 것은 법제화 후 2017년쯤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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