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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 "50년 사진 철학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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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 "50년 사진 철학은 소통"

입력
2015.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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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은 “‘백민(白民)’ 연작을 찍을 때부터 낯선 이들과 대화하며 신뢰를 쌓은 후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 ‘강원도 철원’(1986)을 두고는 “소와도 대화한 증거”라 자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육명심은 “‘백민(白民)’ 연작을 찍을 때부터 낯선 이들과 대화하며 신뢰를 쌓은 후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 ‘강원도 철원’(1986)을 두고는 “소와도 대화한 증거”라 자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사진(‘백민’(白民ㆍ평범한 사람들) 연작 중 ‘강원도 철원’)을 보세요. 소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죠? 내가 사진을 찍으려면 소마저도 나와 눈맞춤을 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사진가와 카메라 찍는 대상 사이의 소통입니다. 찍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대화의 의지가 있으면 가장 편안한 사진이 나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사진작가 육명심(83)의 회고전은 50년 사진인생을 총망라하는 사진 190여점이 나온 전시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사진은 소통이다’라는 제목을 단 작가의 손글씨 원고다. 작가가 자신만의 사진이론을 당당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응식ㆍ홍순태ㆍ한정식과 함께 1세대 사진가이자 한국 현대 사진이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그의 사진론은 사진가와 피사체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 연작 중 시인 서정주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 연작 중 시인 서정주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육명심의 사진 연작 중 가장 유명한 ‘예술가의 초상’이 대표적인 예다. 1966년부터 시인 박두진을 필두로 박경리 박완서 천상병 등 문인과 김창열 박서보 장욱진 등 미술작가, 국악인 황병기와 김기영 영화감독 등 예술인의 멋 부리지 않은 일상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육명심은 “세계의 유명 사진작가들이 유명인을 찍는 것을 보니까 너무 위대한 사람들처럼 찍어서, 나는 아예 반대로 가보려 했다”고 말했다. 길가에 쭈그려 앉은 시인 서정주의 사진을 가리키며 소개하는 일화가 유쾌하다. “문인들 모임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한 시인이 나더러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을 시골 촌로로 만들어 놓았다’며 무례한 사진이라 하더군요. 속으론 기분이 좋았어요. 사진이 내 의도대로 잘 찍혔다는 증거거든.”

자연스러움에 대한 관심은 한국 전통문화를 담는 ‘우리 것 3부작’으로 이어졌다. ‘백민’과 ‘검은 모살뜸’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옛 삶과 풍습을, ‘장승’은 토속적인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연작이다. 그는 특히 장승에 주목한 이유를 “장승은 곧 자연의 얼굴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장승은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머무르면서 그 풍토에 동화됩니다. 장승을 찍는다는 건 그 주변의 풍경과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장승’ 연작 중 전라북도 남원 신내면 입석리 실상사에서 찍은 사진. 육명심은 "장승 연작은 장승이 주변과 대화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작업"이라고 회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승’ 연작 중 전라북도 남원 신내면 입석리 실상사에서 찍은 사진. 육명심은 "장승 연작은 장승이 주변과 대화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작업"이라고 회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육명심의 사진이론은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다듬어진 것이다. 1960년대 다른 이들이 사진의 정확한 기록성에만 주목할 때 육명심은 의도적으로 사람의 뒷모습이나 바닥의 그림자처럼 쓸모 없어 보이는 피사체를 찍어 감성을 자극했다. 육명심은 “사진으로 서구적인 현대예술을 따라하고 싶어 시도한 작업”이라 설명했다.

그런 그가 한국적 풍경으로 돌아선 이유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지식을 따르기보다 내 마음의 눈으로 본 가까운 현실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다. 현재 준비 중인 불교 사진 연작도 자신의 경험과 소통으로부터 출발하는 작업이다. “직접 수행하면서 불교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그래야 진정 불교를 사진에 담게 될 거라 생각해요.” 2016년 6월 6일까지. (02)2188-60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사진작가 육명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사진작가 육명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예술사진작가로서 육명심의 감성이 드러난 초기작 ‘서울 서대문구’(1970). 아버지가 아들을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깊어 찍은 사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예술사진작가로서 육명심의 감성이 드러난 초기작 ‘서울 서대문구’(1970). 아버지가 아들을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깊어 찍은 사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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