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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뜬 별, 진 별, 떠난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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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뜬 별, 진 별, 떠난 별

입력
2015.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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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마감하는 시기다. 유독 사연도 많고 굴곡도 많았던 한 해였다. 누군 가에겐 영광과 도약의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 가에겐 치욕과 좌절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비상도, 영원한 추락도 없는 법. 2016년에는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2015년 화려하게 뜬 별, 초라하게 진 별, 그리고 역사의 뒤편으로 떠난 별들을 모아봤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 연변FC 박태하 감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웅산 수치 여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 연변FC 박태하 감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웅산 수치 여사.

뜬 별

올해 한국이 낳은 ‘별 중의 별’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지난 10월 세계 최고권위의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우승하며 대형 신드롬을 일으켰다. ‘쇼팽 콩쿠르 우승 앨범’ 5만장이 일주일 만에 완판됐고, 내년 2월2일 예정된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 2,500석은 50분 만에, 이후 추가된 낮 공연은 35분 만에 매진됐다. 역시 세계적 권위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것 또한 쾌거였다. 클래식 음악계에겐 유독 상복 넘치는 한 해였다.

스포츠 분야에선 드라마 같은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들이 많았다. 중국프로축구 연변FC의 박태하 감독은 2부 리그조차 턱걸이했던 변방의 팀을 1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으며 1부 리그로 승격시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까지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열악한 재정 속에 무명선수들을 이끌고 1부 승격 티켓을 따낸 수원FC 조덕제 감독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골프여제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마침내 ‘커리어그랜슬램’을 달성했고 ‘명예의 전당’입회까지 예약하는 등 ‘지지 않는 별’의 면모를 보여줬다.

정치권에선 주목할 만한 스타가 없었다. 여권은 대통령의 독주, 야권은 거듭된 분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의원이 연말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일단 승부수를 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뜬 별이 될지 진 별이 될지는 내년 총선과 이후 정치일정에 따라 너무도 유동적이다.

관가에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국토교통부장관에서 물러난 지 한 달여 만에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로 낙점돼 1년 사이 2개 경제부처장관을 경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경제인 중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잭 팟’이 돋보인다. IMF가 낳은 스타 증권맨인 그는 올 금융권 최대 M&A매물인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 한국투자증권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 국내 최대규모 증권사를 이끌게 됐다.

해외에선 재임 10년째를 맞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유럽을 넘어 세계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상반기 그리스 구제금융협상 때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정치인으로 강경책을 밀어 붙여 유로존 붕괴위기를 막은 반면, 하반기 난민사태 때엔 시리아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관용의 리더십을 보였다. 노벨평화상은 놓쳤지만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는 마침내 숙원을 풀었다. 그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5년 만에 진행된 자유총선에서 상ㆍ하원 의석 중 59%를 확보했고, 그는 이제 야당지도자 아닌 미얀마의 실질적 1인자로 부상하게 됐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신드롬이 계속됐다. 계속된 막말로 정치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에도 불구, 그의 인기를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지금 대로라면 공화당 대선후보 타이틀을 차지해, 최소한 본선까지는 정말로 뜬 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완구 전 총리, 수영선수 박태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신경숙 작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완구 전 총리, 수영선수 박태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신경숙 작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진 별

검찰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돈을 준 정치인명단)가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홍준표,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김기춘 등 여러 이름이 등장했지만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은 현직 국무총리였던 이완구 총리였다. 그는 이 파문으로 총리직 사퇴는 물론 충청권 맹주, 나아가 대권의 큰 꿈까지 접어야 했다.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으로 공무원연금개혁과 국회법 처리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립 각을 빚었던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사실상 지목하면서 7월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현재로선 내년 총선고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 파동을 통해 새누리당 주류와는 차별화되는 건전한 ‘신보수’로 평가됐고, 결과적으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전국민을 감염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의 방역실패 책임을 지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됐다. 하지만 퇴진 반년도 못돼 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한국 문단의 간판스타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는 올해 문화계 최악의 뉴스였다. 그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그는 작가등단 이래 가장 가혹한 한 해를 보냈다. 해당 작품을 출판한 창비는 표절을 부인하고 신씨를 감싸는 성명을 내 뭇매를 맞았고, 결국 창비의 50년 역사를 이끈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수영선수 ‘마린보이’박태환이 금지약물복용으로 끝내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년6개월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확정 받았다. 약을 준 의사의 명백한 과실이었지만, 이 징계로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딴 6개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고, 내년 3월까지 선수활동이 금지된다.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뜬 별’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외에선 17년간 ‘세계 축구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해온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비리 혐의로 마침내 권좌에서 내려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놓고 측근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블래터 회장에게까지 수사당국의 칼날이 향하자 결국 지난 6월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장직을 사퇴했다.

세계 최대자동차 업체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도 마르틴 빈터코른 CEO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 9월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기준을 속이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이 적발되자 세계적인 스캔들로 번졌고 세계 자동차명가의 위상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 천경자 화백, 귄터 그라스 작가,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 천경자 화백, 귄터 그라스 작가,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떠난 별

본인의 호(거산?巨山)대로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환란책임으로 인해 실패한 대통령 이미지가 강했지만, 정치실종의 현 정국상황과 맞물려 서거를 계기로 그가 생전에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의 의미, 지도자로서 보여줬던 소탈과 소통의 리더십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역시 의회주의자로 평가 받았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별세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평생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했다. 한국의 영원한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좌파경제학자로서 서울대교수로 첫 임용되는 기록을 남겼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도 올해 생을 마감했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화백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10년 가까이 생사조차 알려지지 않을 만큼 은둔생활을 해왔는데, 사망 사실조차 두 달이 지나고서 알려져 충격을 던져줬다. 유족 간 갈등에다 ‘미인도’ 위작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라디오와 팝에 흠뻑 빠져있던 7080세대라면 누구나 기억 속에 남아있는 DJ 김광한씨도 갑작스레 떠났다.

해외에선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 받았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3월 타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맺었던 인연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기도 했다. ‘동방정책’을 설계해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 받는 옛 서독 정치인 에곤 바르, 이를 현실 정치에 계승했으며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도 별세했다. 강력한 미국의 우방이었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6대 국왕 역시 사망했다.

‘양철북’작가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는 올해 세상을 떠난 문학계의 큰 별이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나치즘을 비판했으며, 전후 독일의 일그러진 현실을 그려낸 양철북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시 박사도 타계했다.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떨친 이집트 출신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도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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