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선수 명단 받고도 한 달 이상
선정 미뤄 120여명 무적선수 될 판
육성비 지급 계약 갱신도 안 해
일부 선수들 전지훈련도 못 가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빈축
“후… 말도 마세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9일 오전 광주시체육회 소속의 한 경기가맹단체 간부 A씨는 내년도 우수선수 선정 문제 얘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미 한 달 전에 시체육회가 우수선수 추천을 받고도 지금껏 우수선수 선정을 미루는 바람에 해당 선수들이 졸지에 ‘무적(無籍)선수’가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A씨는 “추천 선수 대부분이 이틀 뒤면 시체육회와 우수선수 육성비 지급 계약이 끝나 재계약이 시급한 데도 시체육회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선수들이 전지훈련도 못 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체육회의 무책임한 우수선수 육성 행정이 애꿎은 우수선수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달 31일로 우수선수 육성비 지급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만 시체육회가 여태껏 우수선수 선정 및 육성비 지급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어 추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120여명이 갈 곳을 잃게 생겼다.
시체육회가 내년도 전국체육대회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우수선수를 선발하겠다며 육상, 수영, 사이클 등 26개 개인경기 종목 단체에 선수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한 건 지난달 16일. 이에 따라 해당 단체들은 올해 전국체육대회 입상자 등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골라 같은 달 20일까지 우수선수로 추천했다. 우수선수 추천 대상자 명단을 넘겨 받은 시체육회는 이들 선수들의 경기력 평가와 분석한 뒤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우수선수 130여명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매년 우수선수를 선정하고 있는 시체육회는 해당 선수에겐 1년간 우수선수 육성비 지급 계약을 맺고 육성비를 연봉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내년도 우수선수 육성 예산 26억4,000여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시체육회는 우수선수들을 추천 받은 지 한 달이 넘도록 선수 선정을 미루고 있다. 2015년 우수선수 가운데 내년도에도 우수선수로 추천된 선수들의 경우 31일로 육성비 지급 계약이 끝나는데도 아직까지 연봉 재협상을 마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통상 전국 시ㆍ도체육회의 우수선수 영입 작업은 매년 10월 전국체육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시작돼 12월 초쯤이면 우수선수 선정 및 연봉 계약 등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체육회의 우수선수 선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추천 선수들은 좌불안석이다. 우수선수로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선정되기만을 기다리다가 타 시ㆍ도체육회로의 이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 자칫 무적선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체육회가 우수선수 선정을 위한 상임위원회가 내년 1월 초에나 열릴 예정이어서 당분간 무적선수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동계 전지훈련도 떠나지 못하고 있어 시체육회가 되레 우수선수 육성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체육회는 우수선수 선정 지연에 대한 뚜렷한 해명도 내놓지 못한 채 말 바꾸기 행태를 보여 빈축을 샀다. 시체육회의 한 간부는 “우수선수 연봉 재계약을 둘러싼 조정이 거의 끝나 2~3일 내로 계약체결을 할 것”이라고 했다가 내년 1월 초 우수선수 선정을 위한 상임위원회 의결 없이는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자, “계약체결을 위한 실무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와중에 지역 체육계 일각에선 유재신 광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 때문에 우수선수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우수선수 육성비 지급 업무는 유 상임부회장의 전결 사항이다.
한 경기단체의 관계자는 “우수선수 육성비 지급 계약 갱신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시체육회 직원이 ‘위에서 결재가 나지 않았다. 기다려라’고만 하더라”며 “체육회 안팎에선 최근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유 상임부회장이 광주를 잇달아 방문한 안 의원은 챙기면서 정작 체육회 일은 안 챙긴다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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