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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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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입력
2015.12.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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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늦둥이 아들을 데리고 여행 중 기념촬영을 했다.
부인과 늦둥이 아들을 데리고 여행 중 기념촬영을 했다.

‘7년 만에 얻은 아들의 얼굴에 그리운 아버지가...’

“너거 아부지하고 똑같이 생겼네!”

병원에서 첫 손주를 본 어머니가 건넨 첫 마디였다. 아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이 태어났다는 기쁨과 그리움이 겹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년, 결혼한지 7년만에 얻은 아들이었다.

“많은 분이 어렵게 생긴 자녀가 아니냐고 물어보곤 해요.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던 거죠.”

1997년 순경으로 입문한 김 경사는 2007년 33살 되던 해에 결혼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거의 없었지만, 유난히 며느리를 예뻐했다.

“빨리 손주를 안겨달라” 던 아버지는 결혼 반년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보름간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예고도없이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 탓인지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있어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달래느라 아내와 매주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주말여행이 어느새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매주 신혼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6년이 지났다. 정신이 번쩍 든 계기는 처남의 득남이었다.

“제가 결혼할 때 대학생이었는데 어느새 애 아빠가 됐어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죠.”

어머니도 손자를 바라는 눈치였다. 아내와도 마음이 통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20년 넘게 피운 담배도 끊고 둘 다 운동을 했어요.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임신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점점 조바심이 났고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를 안 동료직원들도 업무를 분담해주기도 했다. 회식자리도 빼줄 만큼 직원들의 배려가 컸다. 1년이 다 돼갈 무렵 임신 소식을 들었다.

“초음파사진을 봤을 때 이유없이 눈물부터 났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으로 흘려보는 눈물이었죠”

그토록 바라던 손주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아버지 산소에 찾아갔다.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이 내려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연히 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B형에 양띠였어요. 저는 AB형이고 제 아들은 B형에 양띠예요. 게다가 저보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최근 그는 또 한 번의 신혼을 즐기고 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새신랑’으로 통한다.

“7년 만의 득남도 기쁘지만, 자식의 얼굴에서 그리운 버지를 볼 수 있게 된 2015년은 저에게 결코 잊을 수 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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