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50년 넘게 바라만 봤어요”
“울릉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독도는 처음 가봤어요.”
박언휘종합내과의 박언휘 원장은 울릉도가 고향이다. 중학교 때까지 울릉도에서 살았다. 독도를 지척에 두고 지냈지만 한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이번 독도 방문은 지체장애인협회의 요청이 있어 가능했다. 협회측에서는 “의료인이 동행해야 하는데 울릉도가 고향인 박 원장이 같이 갔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130여 명의 지체장애인을 돌봐야 한다는 중압감이 가슴을 짓누르기도 했지만 고향을 방문하는 이들의 간곡한 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병원을 비우는 것보다 ‘장애인분들이 과연 배를 타고 독도 까지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어요. 울릉도가 고향이기 때문에 길이 험해 장애인들이 불편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거
절할 수 없었어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울릉도 숙박시설은 대부분 건축법상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제정 전 지은 건물이었다. 가파르고 미끄럼방지 시설이 잘되어 있지 않아 몇몇 회원들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고 가파른 길 탓인지 의족과 살이 맞닿는 부분에 무리가 가 피멍은 물론 살이 찢어진 이들도 있었다. 이를 예상하고 준비한 의료용품과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준비성이 철저하기보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이에요. 초등학교 때 간단한 질환도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친구들을 본 기억 때문에 구급약 품은 상시 준비하고 있어요.”
승선 후 잠을 자는 대부분 승객과는 달리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은 신기한 듯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10여 년전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과 바닷가에 바다체험을 갔을 때 바닷가가 신기해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바다만 바라본 그때 그 회원도 있었다.
‘저기 독도가 보인다’
4시간이 지났을까? 창밖을 바라보던 회원 중 누군가 소리치자 우르르 몰려나갔다. 휠체어를 팔로 고정하고 창밖에 손을 대로 뚫어지라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어느 정도 다가오자 독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기 바빴다.
“장애인협회 회원들과 모두 다 얼싸안고 환호를 질렀어요. 회원들의 제안이 아니었으면 평생 독도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지 못할뻔 했어요.”
이번 독도방문은 장애인협회 회원들과 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해다. 회원들에게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 그에게는 어릴 때 희미하게 보이며 갈 수 없는 독도에 직접 가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된 후 고향인 울릉도를 위해 나름 노력했어요. 하지만 독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막상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독도 사랑에 일조한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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