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절령. 강원랜드 제공
한 해 저물고 또 한 해가 다가온다. 여행ㆍ레저업계 리더들이 지난날 곱씹으며 마음 살피고, 새로운 한 해 맞을 준비하기 딱 좋은 여행지들을 추천했다. 끝없이 펼쳐진 겨울바다와 고즈넉한 포구들, 사위 고요한 호수와 겨울에도 초록이 가시지 않는 숲…. 이런 곳들 찾아 들어 가슴 활짝 펴고 큰 숨 한번 들이켜면, 먹먹함 풀어지고 한 해 다시 살아낼 힘 솟는다.
●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이사…강원 정선 화절령
"화절령길은 1960년대 초 동원탄좌 전신인 (주)원동광업이 석탄을 채굴, 운반하면서 시작된 운탄길입니다. 천혜의 생태자연 환경과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화, 또 옛 탄광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길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사색하며 산책하기에도 그만입니다."
운탄길은 말 그대로 석탄을 실어 나르던 옛길이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조성한 약 40km의 길이다. 높은 지대에 만들어진 길이라 '운탄고도'라고도 불린다. 운탄길은 하이원리조트 뒷산인 백운산을 관통한다. 약 10km에 해당하는 이 구간이 화절령이다. 형편 어려웠던 않은 시절 이 고개에서 진달래를 비롯한 야생화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고 해서 '꽃꺾이재', 이를 한자로 화절령이라 했다.
하이원리조트는 이 길을 산책로로 잘 정비해 '하늘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렇듯 화절령에는 철마다 수많은 야생화와 희귀한 고산식물이 자란다. 또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조성된 길인만큼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화절령은 1960~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산업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길을 따라가면 이런 흔적들 만나게 된다. 걷기 출발점이 되는 강원랜드 폭포주차장에서 약 4km쯤 걸으면 탄광갱도의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자연생태연못인 '도롱이못'이 나타난다. 광부의 아내들은 이곳에서 도롱뇽을 보며 일 나간 남편들의 무사귀가를 기원했다.
▲ 북평장. 한국스포츠경제 DB
● 박동기 롯데월드 어드벤처 대표이사…강원 동해 북평장
"옛 5일장을 찾으면 마음 참 편안해집니다. 국내여행을 다닐 때 늘 목적지 주변 5일장을 검색해 갈 정도죠. 특히 전국 5일장 중 강원도 동해시의 북평장에 꼭 가보길 추천합니다. 할머니들이 한장 당 1,500원씩 파는 메밀전병, 배추전 등을 막걸리 한 잔과 곁들여 먹으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죠.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얘기하고 장터에서 제철먹거리를 사는 일도 참 재미있습니다."
전통시장에는 외갓집 같은 푸근함이 있다. 상인들과 살 부대끼며 사는 이야기 나누다 보면 도시생활에서 얻은 생채기가 절로 아문다. 한해 받았던 숱한 상처와 아픔을 잊고 싶다면, 그래서 오래된 시장 한번 다녀 올만하다. 시장 활기는 새해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 절로 나오게 만든다. 동해시 북평동 삼거리에 서는 북평장은 강원도 최대 5일장이다. 끝자리가 3일과 8일에 선다. 태백ㆍ삼척 등 강원 영서 남부와 영동지역에서 나는 약초와 산나물, 동해에서 철 따라 나오는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 등이 가득하다. 난전에 앉아 막걸리를 나누며 사는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정겹고, 농을 섞어 상품을 파는 상인들이 걸쭉한 입담도 즐겁다.
북평장 구경했다면 추암해변은 기억한다. 북평동에서 가까운데 동해안 최고 해맞이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해변에 우뚝 솟은 '촛대바위'는 TV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나오던 일출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바위 틈으로 솟아오르는 새해 첫 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애써 때맞춰 멀리서 찾아온다. 어느 시인이 "동해에서 항구의 정취를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묵호항도 찾아간다. 고즈넉한 겨울 포구의 정취가 헛헛한 마음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 삼척 장호항 해변. 한국스포츠경제 DB
● 안영혁 대명레저산업 대표이사…강원 삼척의 겨울바다
"삼척 바다의 빛깔은 동해안 제일입니다. 특히 다른 동해안 관광 명소에 비해 관광객이 덜 몰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고즈넉한 여행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해돋이 최고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삼척은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고즈넉한 포구들이 많다.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4.6㎞의 새천년해안도는 동해안 으뜸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드라이브 즐기며 겨울바다 만끽하기 제격이다. 새천년해안유원지는 소망의 탑과 함께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다. 해맞이 명소로도 이름 높다. 맹방해변은 삼척에서 가장 큰 백사장을 가진 곳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로 유명하다.
고즈넉한 겨울 포구도 들른다. 바다가 아름다운 장호항, 횟집들이 즐비한 임원항, 해신당으로 유명한 신남항 등 소담한 포구들이 해안 따라 자리잡고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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