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가치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과거에 잘했던 것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느냐이다. 꾸준한 성적과 나이, 부상 경력 등을 검토하고 팀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구단은 거액을 투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SK는 올해 '고비용 저효율' 야구를 했다. 2014시즌을 마치고 창단 이후 가장 많은 돈보따리(약 170억원)를 풀었는데 올 시즌 재미를 못 봤다. 특히 총 142억원을 쏟았던 최정(28ㆍ4년 86억원)과 김강민(33ㆍ4년 56억원)의 부상 및 부진이 뼈아팠다.
최정은 선수로서 정점을 찍을 20대 후반의 나이, 김강민은 2년 연속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 도루, 리그 정상급 중견수 수비까지 투자 가치가 충분한 자원들이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둘 모두 부상 탓에 FA 자격일수(한 시즌 145일 이상)도 채우지 못했고, 성적도 바닥을 쳤다.
SK가 개막 전 우승 후보로 평가 받고도 5위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낸 원인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이들 '142억 듀오'의 부진이 컸다. 이런 점에서 FA 계약 첫 해를 실패로 끝낸 최정과 김강민에게 내년 시즌은 정말 중요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팀이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 FA 투수 윤길현(롯데), 정우람(한화)을 잃어 마운드보다 최정, 김강민이 버티는 타격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둘 모두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제발 아프지 말자"는 말을 반복해온 최정은 마무리훈련부터 개인 운동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소화했다. 김강민은 12월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떠나 내년 스프링캠프를 위해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또 김강민에게는 주장이라는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김용희 SK 감독은 내년 달라진 노선을 택했다. 부임 첫 해였던 올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강한 2번 김강민, 붙박이 3번 최정을 정해놨지만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자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 감독은 "부상 선수가 나오고, 전력 이탈 시 대비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더 이상 이름 값이 아닌 백지에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자리가 보장됐던 최정과 김강민이 2016년 더욱 각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SK 최정(왼쪽)-김강민.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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