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 고온 현상이 몰고 온 ‘살인 토네이도’와 홍수로 43명이 사망한 미국에 이번엔 맹추위가 들이닥쳤다. 중남부를 덮친 눈보라로 하룻밤 만에 수은주가 섭씨 20도 이상 떨어져 홍수와 토네이도 피해에 신음하던 주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미국 기상청 등 당국은 28일 중서부 뉴멕시코주, 중남부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이날 밤까지 심한 눈보라가 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폭풍은 29일까지 점차 소멸되겠지만 주중에는 홍수의 위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 지역의 적설량이 최대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강풍에 날려 쌓인 눈의 높이가 183㎝ 이상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미 뉴멕시코주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40㎝가량 쌓여 도로가 폐쇄됐으며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주민들은 토네이도 피해 복구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져 추위에까지 떨어야 했다. 댈러스 지역에서는 26일 여름 기온인 섭씨 28도까지 올랐으나, 토네이도가 강타한 27일 5도로 20도 이상 기온이 떨어졌다. 강추위 경보가 발령된 28일 오전에는 영하 1도까지 내려갔다.

텍사스를 덮친 토네이도는 중심 시속 300㎞이상 달하는 것을 포함해 모두 11개로, 88년만의 최악의 토네이도였다. 이로 인해 댈러스에 인접한 갈랜드에서는 8명이, 콜린 카운티 인근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갈랜드에서는 600채 이상, 롤리트 인근에서는 800채 이상의 건물이 손상됐으며 거리마다 전선이 떨어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은 전기가 끊겼고 거리가 파편으로 인해 차단돼 사람들은 도보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댈러스, 엘리스, 록월, 콜린 등 4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공공안전국과 주 방위군을 투입해 구호 작업에 나섰다.
눈보라가 예고된 오클라호마주 메리 페이건 주지사는 77개 모든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클라호마주는 토네이도로 14만 7,000가구가 정전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부의 많은 고속도로가 침수돼 폐쇄된 채 남아있다. 큰 홍수 피해를 입은 미주리 주에서도 주말동안 4명의 외국 국적의 군인을 포함한 8명이 사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28일 하루에만 2,400편 이상의 여객기가 결항됐고, 3,700편 이상이 지연됐다. 특히 시카고 지역 공항들의 피해가 커 수백 편의 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악천후 탓에 아이오와에서는 전 메릴랜드 주지사 마틴 오말리를 제외한 모든 대선 경선 후보들이 28일 예정된 유세를 취소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