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유럽 간첩단’ 공안조작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고 박노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고 김규남 민주공화당 의원이 4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969년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된 박 교수와 김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서유럽에 유학하면서 독일 동베를린을 찾은 학자와 공무원 20여명이 북한 공작원과 연계해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것을 말한다.
박 교수 등은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한 혐의로 1969년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요원에 의해 불법 체포ㆍ구금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 두 사람은 1972년 7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서울고법은 2013년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강압적인 수사로 이뤄진 진술은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권위주의 시절 법원의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드렸다”면서 “사과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이례적인 공개 사과를 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징역 5년이 선고된 김판수(71)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