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 “승진했지만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입력
2015.12.29 14:34
0 0
11세 친딸을 2년여 간 굶기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친아버지가 지난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 제공
11세 친딸을 2년여 간 굶기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친아버지가 지난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 제공

“며칠 더 남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청 경무관 전보 인사가 난 28일 우연히 만난 이광석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에게 경북경찰청으로 언제 부임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과장은 지난 23일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이날 전보인사에서 경북경찰청 2부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때문에 이 과장은 이날 짐을 꾸려 대구로 떠나 29일부터는 경북경찰청 2부장으로 근무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모든 경무관들이 새 부임지에서 일을 시작할 때 이 과장 홀로 떠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아동학대 관련 주무과장이었던 이 과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후임 과장 인사가 있는 1월 초까지 열흘 넘게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경찰청에서는 인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이 과장을 남겨 놓은 것입니다. 아동학대 관련 사건에 경찰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죠.

실제로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상당히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 방침이 알려지자 곧장 자료를 내고 합동점검팀과 경찰간 핫라인 구축부터 학대의심 신고에 대해 초동단계부터 총력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또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경찰의 업무특성상 다소 딱딱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미 올해 초부터 감수성 강화 매뉴얼을 전국 관서에 내려 보내 시행 중이라고 합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 경찰서마다 여성청소년담당팀이 올해 8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등 아동학대 문제를 어느 업무보다 중요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수뇌부 역시 지난해 9월 아동학대특례법 발효 이후 과거처럼 가족간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적극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이 전국 550여명 총경 중 ‘경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경무관이 된 것만 해도 자리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인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A(11)양이 경찰 지구대로 인도된 지난 12일 상담원이 “학대가 의심되니 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한 반면, 지구대 경찰관은 “보육원으로 보내야 한다”는 엇갈린 판단이 있어 논란이 된 만큼, 경찰도 관련 매뉴얼 등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동학대 문제는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가장 일선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 경찰인 만큼 사회적 약자인 아동들에 대한 범죄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