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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를 열며] 국가주의적 정치를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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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를 열며] 국가주의적 정치를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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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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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교수신문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없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하였듯이, 2015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더욱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한국 정치는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도 여전히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 규칙도 마련하지 못하였고, 새로운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2015년의 한국 정치를 되돌아볼 때 가장 떠오르는 용어가 ‘국가주의’이다. 국가주의는 사전적으로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권력에 사회 생활의 전 영역에 걸친 광범위한 통제력을 부여하는 사상이다. 극단적 국가주의는 국가 이외에 종교의 자유, 개인의 인권, 지방과 시민사회의 자율 등의 고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우경화와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사이에 우리 내부의 국가주의가 점차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러운 한 해였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 국정화반대 2차 시국선언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 국정화반대 2차 시국선언 기자회견. 연합뉴스

본래 국가, 시장, 사회는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한다. 근대화 초기에는 사회와 시장이 미성장된 상황이어서 국가 우위의 발전국가모델이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후 지속적인 산업화와 세계화는 시장의 확대를, 민주화는 사회의 성숙을 가져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거세진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모든 영역에서 시장만능주의를 침투시켰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 속에서 공동체는 와해되고 개인은 시장의 경쟁에 던져졌다. 비정규직은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이름 하에서 양산되고, 복지는 게으름과 포퓰리즘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 사회적 양극화 등 시장화의 부정적인 영향들은 다시금 공공성의 기능을 부각시키고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지난 선거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 하에 집권한 박근혜정부에서 역설적이게도 국가권력이 모든 사회 분야에 개입하는 시대역행적인 현상이 빈발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국가와 공권력이 강조되고, 자율보다는 권위를 앞세운 정부의 행정이 주도하는 정치가 지배적이었다. 국가가 사회 통합과 갈등 조정의 주체가 아니라 갈등과 분열, 문제 유발의 당사자가 되어 왔던 것이다. 국가주의적 정치는 의회정치, 정당정치, 지방자치, 교육자치, 사회적 타협, 표현과 시위의 자유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쳐 왔다.

대통령은 국회와 서로 존중하고 협상해야 하는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보다는 국회를 압박하고 훈계하려는 자세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정당 해산을 유권자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려는 태도는 정당 정치의 기반을 허무는 조치였다.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매개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독자적인 복지 정책에 제동을 거는 일은 지방자치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다.

교육 자치를 강조하더니 교육감 선거를 없애려고 하고, 교육감을 재정을 무기로 옥죄고 있다. 나아가 대표적인 국가주의 현상인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도 서슴없이 시행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으로 ‘노동 없는’ 노동개혁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 타협을 허무는 길이다.

헌법에 보장된 시위와 결사의 자유보다는 국가와 공권력이 우선시되면서, 복면을 쓰는 문제까지도 국가가 결정하고 있다. 특정한 영화나 장르를 배제하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의 개입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들이다.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법 제정의 시도가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통제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주의적 정치는 그 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효율적인 시장 경쟁을 제약하고 건강한 사회의 자율성을 훼손시키고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새해에는 사회의 자율성을 지키고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려는 적절한 국가 역할로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소통과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길 기대해본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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