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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제주, 농민들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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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제주, 농민들 “못살겠다”

입력
2015.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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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이틀에 한 번꼴 비 쏟아져

감귤 등 피해 커 특별재해지역 선포 건의

돌ㆍ바람ㆍ여자가 많아서 예부터 삼다도(三多島)로 불리던 제주도. 그러나 이젠 ‘사다도(四多島)’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틀이 멀다 하고 내리는 비 때문이다. 10월 말부터 때아닌 ‘가을장마’가 섬을 덮치더니, 이달 들어서도 장마전선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잦은 비에 “못살겠다”며 아우성을 치던 농민들은 급기야 정부를 향해 “제주를 농업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 지역 21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제주농단협)는 28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게 기자회견을 갖고 “잦은 비로 인한 피해로 시름에 잠겨있는 제주농업인들이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제주지역을 ‘농업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했다.

28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가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제주지역 잦은 비날씨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 지원을 위해 농업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28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가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제주지역 잦은 비날씨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 지원을 위해 농업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제주농단협은 “비가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높은 가격을 기대했던 감귤은 수분 과다로 부패과(腐敗果)가 심하게 발생했고, 당근ㆍ양배추ㆍ무ㆍ브로콜리 등은 품질이 떨어져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돼 농가들 스스로가 밭을 갈아엎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영농자금 상환과 자녀 학비 등 생계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절박한 심정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제주시 지역에 17일이나 비가 내렸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7일까지 비가 내린 날이 14일에 이르고 있다. 1.8일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이는 여름장마철인 지난 6~7월 비가 내린 22일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잦은 비 날씨로 감귤 농가들은 제때에 수확을 하지 못해 부패과가 발생하면서 품질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여기에 영농자금 상환시기까지 찾아오면서 감귤농가들은 삼중고에 직면하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6억원을 긴급 지원받아 감귤원 내에서 저급품 4만 톤을 시장격리 차원에서 산지에서 폐기시키기로 했다. 또 많은 피해를 입은 감귤농가에 대해 재해대책 경영자금으로 480억원을 긴급 투입해 융자 지원키로 했다. 농식품부에는 농가 영농자금 상환 연기와 이자 감면, 각종 농자재 구입 외상대금 상환연기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도는 비 날씨로 제때 수확하지 못해 부패 및 곰팡이병 등의 피해를 입은 콩 재배농가에 대해서도 70억원 규모의 무이자 특별융자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문대진 제주농단협 회장은 “거대한 자연의 대재앙 앞에 농업인들과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현행법상 특별재해지역 선포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법을 초월한 배려를 정치권과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농단협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에게 제주농가의 실태를 설명한 뒤 특별재해지역 선포를 요청했으며, 29일엔 농식품부를 방문해 특별재해지역 선포 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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