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등 주요 핵심사업을 위한 국비가 확보돼 내년 시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28일 2015년 송년사를 통해 올해 시정 성과로 언급한 내용이다. 윤 시장의 송년사를 보면 시민이 느끼는 시정 불신과는 인식차가 너무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 시장이 성과로 꼽은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관련 예산(30억원) 확보는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시가 확보한 예산이 당초 요구했던 액수인 353억원의 10%도 안 됐기 때문이다. 시는 내년 사업 시동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며 애써 수습하려 했지만 시청 안팎에선 “저 푼돈으로 시동이나 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간신히 보완 결정을 받은 것도 당초 사업비(8,347억원)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서 내놓은 것이어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도 윤 시장이 “우리가 계획했던 일들이 순항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시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등 간접고용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광주형 정책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는 이미 서울시와 경기 양주시, 인천교통공사, 성남도시공사 등에서도 시행했던 것이다.
윤 시장은 ‘시정의 모든 정보를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시정혁신을 통해 정직한 행정문화를 정착시켜 가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런 성과는 자신과 공직자들이 오직 시민만을 보고 달려왔기에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인사 난맥과 감사실의 부실 감사 논란, 각종 특혜성 행정 등으로 시민들의 원성이 높았고,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선 원칙과 책임감 없는 무소신 행정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마당에 정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1년 전, 윤 시장이 2014년 송년사를 통해 “민선 6기 부족한 점과, 의도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부분 모두 제가 안고 겸손되(하)게 나가겠다”며 반성하던 모습은 올해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윤 시장은 “광주시가 힘찬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변함 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길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 언뜻 맞는 말 같지만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한 감성적 주문으로 들린다. 지금 시민들이 윤 시장에게 듣고 싶은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이 아니다. 소통을 빙자한 무소신 행정 등에 대해 먼저 반성하던지, 아니면 침묵을 지키는 게 차라리 낫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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