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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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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조조정 칼바람

입력
2015.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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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에 정든 조직 떠나게 됐습니다. 당분간 편하게, 그 동안 못했던 휴식과 가족에 봉사를 해볼 기회를 가졌네요. 선후배님들 우정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일단 쉬었다가 다른 자리 잡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올해 연말 이런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한 차례 이상 받았을 것이다.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머지않아 더 큰 날개 펴시리라 믿습니다”라거나 “다 잊고 당분간 푹 쉬세요”라는 등 위로의 말이 카톡에 이어지지만, 퇴직 소식을 알린 당사자는 묵묵부답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 최근 들어 유난히 주변에 직장을 떠나는 지인들이 많다. 제 나이를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두는 지인들이 많아 봐야 통상 한 해 한두 명 정도에 그쳤으나, 올해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50세를 갓 넘은 대기업 임원들도 대거 퇴출당하고 있다. 퇴직하는 경우는 언론 등에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은퇴 소식을 접하는 지인들도 제법 있다. 기업의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데 이어 내년 경기도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인원 정리를 하는 것이다.

▦ 그나마 대기업 임원들은 많은 연봉을 받아왔기 때문에 은퇴하더라도 당장 먹고 살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 등으로 회사를 옮길 여지도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하다. 더 큰 문제는 일반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이미 조선업계에서는 수 천 명이 실직을 당했다. 금융사들은 40대 초반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3,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한시법’이 적용되면서 사업권을 잃은 면세점에서도 신입사원을 포함해 2,000명 이상이 조만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

▦ 사회안전망이라는 용어에 새삼 관심이 간다. 외환위기를 당했던 1997년 이후 우리 사회가 주목했던 용어로 구조조정 등으로 야기되는 실업 및 생계 곤란자 양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지금 여러 대내외 경제적 악재를 고려하면 외환위기에 버금간다는 분석이다. 한 쪽에서는 경제를 살리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량실직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욱 신경을 쓰라는 얘기다.

조재우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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