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홍반성 낭창(루푸스)의 발병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새로 밝혀졌다. 루푸스는 면역계 이상으로 스스로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유전자 변이가 밝혀지지 않았다.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류마티스병원장) 연구팀은 최근 류마티스 질환 최고 권위지인 미국 학술지(Arthritis and Rheumatolog)에 루푸스와 관련한 논문 2편을 동시 게재했다.
배 교수는 먼저 대규모 한국인 루푸스 코호트(cohort)를 기반으로 루푸스의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해 발병 위험을 가장 높이는 HLA-DRB1 유전자의 다양한 대립 유전자 변이를 밝혀냈다.
배 교수팀은 한국인 루푸스 환자 1,089명과 대조군 2,161명의 HLA-DRB1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한국인에서는 HLA-DRB1*15:01, *09:01, *08:03, *07:01 대립 유전자 변이가 루푸스 발병 위험을 늘리고, *12:02, *11:01 대립 유전자 변이는 루푸스 발병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 4가지 위험유전자(HLA-DRB1*15:01, *09:01, *08:03, *07:01)는 루푸스 발병에 중요한 자가항체 생성을 유도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배 교수는 “HLA-DRB1 유전자는 인간 유전체에서 변이가 제일 심하고 구조가 복잡해 그 동안 루푸스 발병과 연관성 있는 대립 유전자 변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대규모 한국인 루푸스 코호트를 기반으로 발병에 관여하는 HLA-DRB1 변이가 밝혀져 궁극적으로 루푸스 예측의학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논문은, 8,000명의 전장 유전체(whole genome) 변이 분석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미국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다. 연구팀은 5,500명의 한국인 루푸스 환자군과 비환자군을 대상으로 DNA상의 단일 염기다형성(SNP)을 전장 유전체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1번 염색체 q14 위치의 3개 유전자(ATG16L2, FCHSD2, P2RY2)에 존재하는 다수의 유전변이가 루푸스 발병과 연관돼 있음을 규명했고, 별도의 한국인과 중국인 2,500명의 루푸스 코호트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HLA 유전자를 포함한 기존에 알려진 루푸스 원인 유전자 10종은 한국인 루푸스 환자에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배 교수는 “이번 대규모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 규명한 새로운 유전자는 매우 신뢰성 높은 루푸스 발병의 유전변이로 앞으로 더 정확한 발병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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