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10시 33분께 세종시립의원 현관 앞 주차장에는 직원들의 차량 몇 대만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병원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오른편에서 현금인출기가 얕은 기계음을 내뱉으며 깜빡이고 있을 뿐 환자는 보이지 않았다.
로비에서 만난 이 병원 직원은 “무슨 일로 왔느냐. 더 이상 진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간호사실에서는 진료 기록을 정리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2층에서 만난 행정실 직원은 “지난 18일 계약 만료로 진료를 중단했다. 현재 병원 인계인수 등을 위한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수탁해 운영했다. 세종시 구도심 주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초기에 하루 100명 정도이던 환자가 시간이 갈수록 줄더니 급기야 절반 수준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의 유명 의사를 수시로 내려 보내는 등 열성적으로 시립병원을 운영하던 서울대병원은 계속 위탁 운영을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그 동안 병원의 적자 50여억원을 보조해 온 세종시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시는 고심끝에 시립병원을 ‘노인성 질환 전문 병원’으로 기능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서울대병원과 수차례 실무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양 측간 공감대를 찾지 못했고, 서울대병원은 지난 7월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공문을 통해 세종시에 통보했다.
김선광 서울대병원 신사업추진팀 파트장은 “세종시의 의료고백을 줄이고, 정주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위탁운영을 맡았는데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충남대병원도 들어오니 우리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이 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공공보건의료기관 위탁운영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유지혜 세종시 노인보건장애인과 주무관은 “위탁운영 지원기관이 없어 내부 방침을 받아 수의계약을 통한 차기 수탁자 선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종시립의원은 세종시와 서울대병원의 이견으로 연말에 진료가 중단된 것도 모자라 내년에도 당분간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새로운 수탁 운영기관을 선정한다고 해도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조치원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무원이나 서울대병원 둘 다 주민들은 안중에 없다”며 “안그래도 마땅한 병원이 없어 불편한 주민들만 계속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손사래를 쳤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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