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삼성전자로 키울 것. 자본 8조 달성했지만 아직도 갈증”
“역동성 없는 자본시장 DNA 바꿀 것. 인수 가격 더 쓸 생각도 있었다”
“자본 커야 경쟁력” 추가 M&A 의지… 노조측 구조조정 우려엔 부인
“역동성이 떨어진 한국 자본시장의 DNA를 바꾸겠다.”
KDB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8일 새로 탄생하게 될 자기자본 8조원 규모 메가 증권사의 청사진을 밝혔다. 박 회장은 “1(미래에셋증권) 더하기 1(대우증권)은 3 이상이 될 수 있다”며 “합병 증권사를 금융권의 삼성전자 같은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대우증권 인수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 3년 안에 미래에셋그룹을 자기자본 10조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사실 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며 “그간 속마음을 숨기느라 피곤했다”고 말했다. 인수가 2조4,500억원을 두고 무리한 베팅을 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그는 “대우증권은 상당한 돈을 지불해도 되는 회사”라며 “더 쓸 생각도 있었다”고 일축했다.
합병사의 미래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 부문이 강한 대우증권은 케미스트리(화학적 성질)가 대단히 잘 맞는다”는 게 그의 판단. 박 회장은 “두 회사의 시너지는 ‘1+1=2’을 넘어 3,4,5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탄생하는 자기자본 7조8,587억원(올 9월말 기준)의 대형 증권사에선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증권업은 무엇보다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라며 "자본 규모가 커지게 되면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에 있어 반드시 감내해야 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자기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며 ▦자기자본이 많아야 더 넓은 시장에 나가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인수로 자기자본 8조원을 달성했지만 아직도 갈증이 있다”며 국내외에서 추가 인수합병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국내 금융권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탄생하려면 리더가 ‘불가능한 상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앞으로 좀 더 큰 꿈을 갖고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돼온 합병 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간 구조조정을 우려해 미래에셋의 인수를 반대해 온 대우증권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직원들과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고용안정 합의를 하라”고 요구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기자본이 28조원에 달하는 일본 노무라 증권사 인력은 2만6,000여명에 달한다. 합병 후 우리도 자기자본이 8조원에 이르지만 인력은 고작 4,700명에 불과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인수 작업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 회장은 “결정 전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미 결정한 후에는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합병 후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대우증권 임원들의 의사를 물은 후 절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날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 거래일보다 9.67% 급등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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