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촬영감독 하스켈 웩슬러가 노환으로 27일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93세.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촬영 감독 중 한 명인 웩슬러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1966년) ‘'바운드 포 글로리’(1976년)로 두 차례 오스카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청춘 낙서’ ‘밤의 열기 속으로’ 등 1960, 70년대 명작들을 촬영했고 총 5번 오스카상 후보에 지명됐다.
다양하고 직감적인 촬영 기법으로 이름을 떨친 웩슬러는 ‘밤의 열기 속으로’ 촬영 당시 흑인 탐정과 백인 보안관의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인물 중심에 빛을 배치하고 세트 위쪽에 천을 놓기도 했다. 웩슬러는 생전 “영화는 관음증적 경험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열쇠 구멍을 통해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자신을 관객으로 생각하고 빛, 구성, 움직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감독과 자주 불화를 빚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대부’를 연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컨버세이션“을 촬영하는 도중 웩슬러를 해고하기도 했다. ‘아마데우스’의 감독 밀로스 포만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촬영 당시 웩슬러를 중도 해고했고, 웩슬러는 빌 버틀러와 공동으로 촬영감독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웩슬러는 영화 촬영을 하지 않을 때에는 진보 운동가로 활동하며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전 세계를 여행했다. 그는 1969년 다큐멘터리와 극적인 요소를 혼합한 ‘미디엄 쿨’을 통해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생한 시카고 경찰과 시위자들 사이의 폭력을 조명해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1970년에는 사회 다큐멘터리 ‘라이 참전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전 동안 미군이 행한 민간인 학살을 다뤘다. 2006년에는 ‘누가 잠이 필요한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할리우드 노동자들의 수면 부족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b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