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은 ‘내수 침체’로 유난히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대기업에 비해 사업규모나 자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처럼 돌발변수가 터지면 충격을 감내하기 힘들다.
한국일보가 실시한 ‘올해 및 내년 산업계 키워드’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절반이 넘는 53.6%가 ‘내수침체’를 올해 대표 키워드로 꼽았다. 수출절벽(25%), 구인난(10.7%), 대기업의 시장 확대(10.7%)도 이슈였다.
국내 경기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부터 연간 3% 안팎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을 장기간 힘들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5월 메르스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내수는 급격히 위축됐다. 방역 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메르스 환자가 급증하자 대형마트와 시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했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소기업들은 갖은 노력을 다했다.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되던 6월10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범중소기업계 내수 살리기 추진단을 만들고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하반기 예산 조기집행 등 내수살리기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앞장섰다.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대기업, 정부가 잇따라 동참했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내수 진작책이 쏟아졌다. 덕분에 하반기 들어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3%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올해는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들이 속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올해 구조조정 대상(C, 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이 모두 175개사다. 지난해(125곳)보다 40%(50곳) 늘어났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한 해 3차례나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한계기업을 정리했던 2009년(512곳)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중소기업들도 내년을 대표할 키워드로 저성장(56.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징후 등 불투명한 경기 전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올해는 어떻게 해서라도 버텼지만 내년에는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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