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세계 1위에 이어 기술력에서 앞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투명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가장 가까운 협력사 및 고객사와 원활한 소통을 투명 경영의 지름길로 꼽는다.
이 중에서도 협력사와 좋은 관계를 일방적 후원이나 시혜가 아니라 시장 선도 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2006년 LCD 위기 때 터득한 지혜다.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LCD 업계가 불황에 빠졌을 때 성공체험과 기술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협력사들과 공유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냈다. 이 때부터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철학이 본격화됐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들과 지속적인 소통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부회장은 지난해부터 2차 협력사를 직접 찾아 다니고 있다. 최근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과 함께 경기 양주에 있는 오성디스플레이를 찾아 2차 협력사의 고충을 직접 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동반성장을 위한 포털(winwin.lgdisplay.com)까지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중소업체들인 만큼 일단 자금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동반성장 펀드, 네트워크론 등을 통해 2,150억원을 직ㆍ간접적으로 협력사들에게 지원했다. 지난 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자 추가로 400억원대 ‘유 드림’펀드를 조성해 긴급지원에 나섰다. 다른 펀드들이 주로 운영자금용으로 쓰이는데 이 자금은 연구개발비 지원에 쓰인다. 어렵고 힘들 때라도 연구개발만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판단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한다.
또 협력사들의 기초 체력 증진을 위해 경영 컨설팅까지 지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문단 컨설팅을 알선해준다. 이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 효율적 경영방식 도입, 경영성과 개선 등에 대한 종합 진단을 하고 업체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 한 뒤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이후 개혁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등 사후관리까지 진행한다. 2ㆍ3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작업환경, 생산공정, 품질관리 개선 작업도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작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사내 전문가는 물론 표준협회나 능률협회 등 외부 단체 전문가도 파견해준다.
아이디어 교류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아이디어 제안제도를 만들어 LG디스플레이는 물론 협력사 임직원들의 의견을 받는다. 지금까지 나온 1,000여건의 제안 가운데 146건의 제안이 채택됐다. ‘신기술장비공모제’도 만들어 협력사와 함께 현장에 쓰일 장비를 연구, 개발한다. 디스플레이 생산에 관련된 특허 7건을 협력사에 개방하기도 했다.
인력확보와 취업기회 확대의 선순환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의 구미대학에 ‘LG디스플레이 채용 특별반’을 만들었다. 컴퓨터전자, 정보통신, 기계공학, 산업공학과 2학년 재학생 가운데 20여명을 뽑아 품질과 제조혁신 수업, 현장실습 등의 직무교육을 실시한다. LG디스플레이나 주요 협력사 임직원이 강사로 나서서 노하우를 일러주기도 한다.
지역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IT발전소’ 조성사업에 힘쓰고 있다. IT발전소란 디지털정보화 사회에서 소외계층이 느낄 수 있는 디지털격차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보육원이나 영육아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멀티미디어 기기, 인테리어 등 최신 IT 시설을 설치해준다. 2008년 경북 김천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폴란드 현지 법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34개의 IT발전소를 지었다. 인근 지역 대학생들로 ‘대학생 IT 봉사단’을 꾸려 이 학생들이 IT교육을 전담토록 했다. 현재 2,000여명의 아이들이 IT발전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또 전통시장의 디지털화에도 나서고 있다. 경기 파주 문산읍의 문산자유시장에 상업용 전시 디스플레이 2대를 기증했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이 디스플레이에는 시장, 상점, 행사, 편의 시설 등 다양한 정보 안내 기능이 들어 있다. 출력도 해볼 수 있다. 문산자유시장의 경험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와 같은 활동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또 지역 사업장별로 지역별 특성에 맞춘 봉사활동을 벌인다. 파주사업장은 장애청소년을 위해 ‘희망스쿨’을 만들었다. 자립할 의지가 있는 장애아들에게 전문분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무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취업에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장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구미사업장은 지역 내 장애아 120여명에게 재활승마 활동을 지원한다. 승마가 장애아들의 근력 향상에 좋다는 전문가 진단에 따른 조치다. 또 말과 교감하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 사내 10여개 사회봉사 동호회가 불우이웃돕기, 김장김치 나눔, 결식아동 도우미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이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너스 클럽’을 만들어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임직원을 우대하고 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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