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쇼핑카트가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살립니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가면 상품 진열대 사이로 이런 문구가 붙은 빨간 팻말이 눈에 띈다. 이는 소비자, 협력사, 대형마트가 함께하는 착한 소비 캠페인을 알리는 팻말이다. 상품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홈플러스와 협력사가 판매 금액의 1%씩 떼어내 홈플러스의 사회공헌재단 e파란재단에 기부한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1,400여개 제품이 여기 해당된다.
홈플러스가 200여개 협력사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상품 매출의 2%를 기부하는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한 2012년부터 올해까지 9,130만명의 소비자가 해당 캠페인 상품을 구매해 총 81억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는 소아암 중 발병 비율이 가장 높은 백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463명의 수술비와 후유장애 치료비로 쓰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비자 1명당 평균 10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어서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작은 정성이 모여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은 단순히 병원 치료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는 수술을 받은 뒤 오랜 치료 과정이 필요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회복해도 학업이 뒤처진 상황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재발에 대한 걱정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홈플러스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지난 8월부터 ‘힐링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에만 전념하느라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심리치료와 학습을 지원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힐링스쿨은 서울, 대구, 부산의 희망다미웰니스센터에서 5~8세 유아와 8~13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유아의 정서 안정과 신체 성장을 돕는 퍼포먼스미술, 키즈요가, 운동, 구연동화, 영어놀이를 통한 심리치료 프로그램과 초등학생을 위한 영어뮤지컬, 과학교실, 멘사수학퍼즐, 문화활동 등 학교 대체 프로그램 중심으로 짜여있다.
홈플러스는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가기를 응원하는 취지에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희망 책가방’도 선물한다. ‘SNS 응원 댓글 캠페인’을 통해 댓글 하나 당 2,000원을 기부해 어린이 150명에게 책가방을 전달했다.
이밖에 e파란재단은 협력사와 함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해 함께 운영한다. 이달부터 스킨케어 브랜드 니베아와 함께 오랜 항암치료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700여권으로 구성된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독서, 음악, 미술 통합 교육을 지원하는 ‘책 읽어주는 니베아’를 전개한다.
지난 10월 롯데주류와 손잡고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클라우드 기획팩’ 매출의 일부를 미혼모를 돕는 데 기부하기도 했다. 8월에 하이트진로 제품인 하이트, 맥스, 드라이d, 참이슬 매출액의 3%를 여성가족부 산하 지역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기부해 600여 다문화가정의 국내 정착을 도왔다.
주 고객이 30~50대 주부이면서 여성 직원 비율이 65% 이상인 홈플러스는 유방암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핑크 플러스 캠페인’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방암 예방 중요성 인식 확산과 예방활동, 소외계층 치료지원, 심리치료에 연간 2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1월부터 홈플러스는 국립암센터와 유방암 환자들의 심리치료를 돕는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33명을 도왔다. 지난달 27일에는 ‘핑크플러스 행복 음악회’를 열어 금난새씨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 유방암 환자와 가족, 협력사 직원 등 1,000여명을 초청했다.
유방암 예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과 대구에서 1만3,000여명이 참가하는 ‘핑크플러스 걷기 대회’도 세 차례 개최했다. 국내 여성암 중 발병률 2위인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95% 이상이 완치할 수 있다. 최현석 요리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아빠의 힐링밥상 요리대회’를 열어 700명의 남성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재료와 요리법으로 아내의 건강을 위한 요리실력을 선보였다.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는 자가검진법과 암 예방에 좋은 요리, 요가 등 유방암 예방을 위한 건강 강좌를 진행해 2만7,000여명이 참여했다.
또 전국 7개 병원과 연계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방암 환자 92명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항암, 방사선, 수술비를 지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계 월소득ㆍ재산이 최저생계비 기준 300% 이하인 유방암 환자라면 누구나 병원의 사회사업실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협회를 통해 수술 및 치료비가 지원된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엄마의 건강은 어린이의 행복을 좌우한다”며 “어린이와 엄마 모두가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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