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에만 미국 시민 965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WP는 1년 여간 수집한 경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백인 479명, 흑인 249명, 히스패닉 163명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 총격 사망자 대부분은 총기나 기타 무기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위협한 백인이다. 실제로 사망자 가운데 564명이 총기를, 281명이 다른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90명이 비무장 상태였다.
그러나 이보다는 덜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가 경찰의 총에 사망한 5명중 3명은 흑인 혹은 히스패닉이었다. 사실상 경찰이 소수인종에 대해 과잉 대응한 면이 없지 않다는 의미이다. 특히 흑인 남성은 미국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비무장 시민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중 243명이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였으며 연령대는 30세~44세 사이가 3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목격자의 스마트폰이나 경찰 장비의 카메라에 담긴 경찰 총격 영상이 경찰 기소에 있어 주요 증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검찰은 올해 경찰 총격 사건 18건 중 10건에서 비디오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으며, 이는 지난 10년 전보다 2배나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올해 경찰 총격 사건 7건 중 5건이 무죄와 무효심리 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2건은 아예 기소가 기각됐다. 지난 10년간에는 경범죄에서 중대범죄에 이르기까지 총격 사건으로 기소된 경찰의 3분의 1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한편 26일(현지시간) 미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한 아파트에서 흑인 남녀 2명이 가정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전투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했으며, 대학생인 킨토니오 르그리어(19)와 이웃인 베티 존스(55)를 사살했다고 AP가 보도했다. 그러나 존스는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실수로 총에 맞아 숨졌으며 시카고 경찰은 이에 대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사건 당시 정황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경찰의 과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집행했을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카고 경찰은 지난해 10월에도 소형 칼로 차량절도를 시도한 17세 흑인 청년 라쿠안 맥도널드를 16차례나 총을 쏴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시카고 시장은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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