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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진은영 ‘이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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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진은영 ‘이 모든 것’

입력
2015.12.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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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하나가 투명한 기쁨으로 무한히 부풀어오를 것 같다

장미색 궁전이 있는 도시로 널 데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겨울과 저녁 사이

밤색 털 달린 어지러운 입맞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광활한 사랑의 벨벳으로 모든 걸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 같다

배고픈 갈매기가 하늘의 마른 젖꼭지를 심하게 빨아대는 통에

물 위로 흰 이빨 자국이 날아가는 것 같다

이 도시는 똑같은 문장 하나를 영원히 받아쓰는 아이와 같다

판잣집이 젖니처럼 빠지고 붉은 달 위로 던져졌다

피와 검댕으로 얼룩진 술병이 흰 비탈에서 굴러온다

첫 시집의 변치 않는 한 줄을 마지막 시집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청춘은 글쎄…… 가버린 것 같다

수천 개의 회색 종을 달고서 부드러운 노란 날개 하나

천천히 날아오르는 것 같다

- 진은영 ‘이 모든 것’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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