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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그 아름다움 너머

입력
2015.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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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돌담은 2014년에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선인들의 지혜와 과학, 거기에 최근에는 경관 차원의 아름다움까지 부각되며 세계인들로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제주올레를 비롯한 제주의 들녘을 걸으며 돌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한다. 그들에게 돌담의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꾸불꾸불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의 선을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나 새파란 청정바다와 어우러진 돌담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왜 돌담이 만들어지게 됐는지를, 돌담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느낌은 달라질 것이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화산이 폭발하고 난 후 남는 것은 온통 바위덩어리뿐이다. 그 위를 일구어 밭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돌덩이를 쌓아 올린 것이 오늘의 돌담이다.

밭에 씨를 뿌리려면 땅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돌이 많으면 그만큼 작업이 힘들어진다. 돌덩어리들, 심지어는 바위암반이 덮여 있는 곳(이를 제주에서는 ‘빌레’라 부른다)을 농경지로 개간하기 위해서는 먼저 돌을 치워야 한다. 그래야만 밭을 일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걷어낸 돌무더기들을 밭의 한 귀퉁이에 쌓았었다. 이를 ‘머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 보니 남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을 막아내야만 한다. 해서 한군데 무더기로 쌓았던 돌들을 밭의 가장자리로 옮겨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쌓은 것이 오늘날의 돌담이다.

이런 모습은 빌레암반이 주를 이루는 구좌읍 김녕이나 월정리 지역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더기로 쌓인 머들도 볼 수 있고, 바위암반을 깎아낸 흔적들도 볼 수 있다. 깎아낸 암반 위에 쌓아 올린 돌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모여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의 돌담이 오늘에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 밭담의 길이는 자그마치 2만2,000km에 달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이러한 고난의 현장을 이겨낸 선인들의 아픈 역사와 더불어 개척정신이 담겨 있다. 제주도의 관광지 하나하나마다 그런 아픈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오죽했으면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생겨났겠는가. 아름다움 너머 제주사람들의 삶도 함께 보는 관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정효 사진가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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