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순백의 장막, 설국을 노래하라

입력
2015.12.27 15:00
0 0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광활한 눈밭이 빚어내는 대관령 하늘목장의 설원 풍경. 하늘목장 제공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광활한 눈밭이 빚어내는 대관령 하늘목장의 설원 풍경. 하늘목장 제공

겨울이 주는 특별한 풍경 중 하나가 순백의 설원이다. 스키장이 아닌 곳에서 그 풍경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숲과 길과 농토가 아닌 그저 너른 순백의 광야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 특별한 풍광이 유독 한데 모여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영동과 영서를 잇는 강원 대관령 부근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순백의 설원을 찾아 백색 구도에 나서는 산행객들이 몰려가는 곳이 바로 대관령 일대다. 영동의 관문인 대관령은 바람과 구름의 관문이기도 하다. 산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쏟아대는 구름으로 겨울이면 미치도록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을 연다. 봄 여름에는 푸른 초원인 하늘목장과 선자령이 그 넓은 대지 가득 두툼한 눈을 이고 있고, 피덕령 안반덕이의 감자 캐고 배추를 뽑은 너른 고랭지밭도 하얀 눈이불을 덮고 있다.

선자령과 하늘목장

선자령은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선 봉우리다. 해발 1,157m 높이인 선자령은 사방의 거대한산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백두대간의 전망대다. 산행의 시작점은 옛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 휴게소다. 휴게소의 높이가 해발 840m이니 317m의 높이만 더 오르면 된다.

등산로 초입 대관령국사 성황사를 지날 수 있다. 이후 잎을 다 떨군 숲을 지나면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휘휘 바람을 그리는 광활한 눈 평원이 펼쳐진다. 선자령 꼭대기에 이르도록 풍력발전기는 계속 튀어나온다.

선자령 정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자령 정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자령 정상에는 백두대간을 표시한 산경표가 거대한 돌에 새겨져 서 있다. 바람이 거세지만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사방 하얀 능선들의 장쾌한 풍경에 눈과 마음이 번쩍 트인다.

선자령을 좀 더 쉽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은 하늘목장을 통해 가는 것. 하늘목장은 선자령의 산마루 서쪽에 자리한 여의도 4배 되는 1,000만㎡ 규모의 초원이다.

74년 한일농산으로 문을 열고 목축업을 일궈오다 2014년 체험목장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말과 소, 목동 만의 세상이 40년 만에 문을 열자, 그 목가적인 풍경을 보러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1년 간 2만5,000여명이 찾았다고 한다.

이 목장의 트랙터마차를 타면 하늘마루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선자령까지 길이 이어졌다. 눈길을 감안하더라도 40분 이내면 선자령에 이를 수 있다. 그냥 너른 설원만을 보길 원한다면 굳이 선자령까지 오를 필요가 없다. 하늘목장의 그 푸른 초원들이 죄다 눈사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피덕령 안반덕이

산꼭대기 고랭지 채소밭인 안반덕이는 한겨울 아름다운 설국으로 변신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꼭대기 고랭지 채소밭인 안반덕이는 한겨울 아름다운 설국으로 변신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창의 횡계에서 강릉을 잇는 고개는 대관령 말고도 피덕령이란 고개가 또 있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강릉의 성산과 정선의 구절리를 잇는 닭목재를 만난다.

도암호 주변 피골에서 고갯길이 시작된다. 눈이 많이 쌓이면 길은 통제돼 차량 대신 걸어서 올라야 한다. 고개 정상은 마치 거대한 분화구마냥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평원이다. 그 비스듬한 경사면에 몇 그루 나무가 서 있을 뿐, 온통 텅 비어있는 땅이다. 감자꽃이 흐드러지고 배추의 청청함이 물결치던 고랭지밭이다. 이 산꼭대기 조성된 드넓은 밭이 한겨울엔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설국을 노래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여행수첩

선자령 등반은 옛 영동고속도로(현 456번 지방도로)의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하면 된다.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빠져 나와 찾아가야 한다. 선자령까지 왕복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늘목장으로 선자령을 오를 경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늘목장의 입장료는 5,000원. 하늘마루전망대까지 트랙터마차를 타고 오를 경우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안반덕이는 횡계IC에서 나와 도암댐쪽으로 향하다 수하리 피골 인근에서 왕산면 대기4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임도를 걸어 오르면 된다.

대관령 일대 눈꽃 트레킹으로 출출해진 속은 가까운 횡계 읍내에서 채울 수 있다. 용평리조트 덕분에 생긴 맛집들이 즐비하다. 황태요리는 황태회관(033-335-5795)을, 오삼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과 부산식육식당(033-335-5415)을 알아준다.

◆눈꽃 트레킹 준비물

-필수 장비는 손전등과 아이젠. 겨울은 특히 일몰이 일러 갑자기 날이 어두워질 수 있다. 아이젠은 4발짜리 이상이면 트레킹에 무난하다.

-눈길에 운동화는 금물이다. 발목까지 감싸는 중등산화에 방수기능을 갖춘 제품을 신어야 한다. 장갑이나 양말은 쉽게 젖을 수 있으니 한 두벌 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스패치와 방한용 털모자, 계속 걷느라 소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초콜릿, 인절미 등 간식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