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티즌 수 내년 세계 2위 예상
구글·페이스북, 인터넷 주도권 경쟁
스마트폰 1위 삼성, 자체 OS로 승부
애플·샤오미·화웨이 등 맹추격
“인도는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최근 미 경제전문매체 쿼츠는 인도의 정보기술(IT) 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에 이어 인구 12억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6월 기준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2억7,700만명이다. 인도인터넷모바일협회(IAMAI) 등에 따르면 내년 6월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는 4억2,600만 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 미국을 누르고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해외 업체들의 진입을 철저하게 막는 중국과 다른 행보여서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는 인도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인디아란 2019년까지 18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정부 프로젝트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정부, 원격 교육, 원격 진료 등을 실현해 인도 최대 사회문제인 도시와 농촌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을 수 차례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구글, 페이스북뿐 아니라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이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서 아직 경쟁력이 무르익지 않은 현지 업체들이 성장하기 전에 현지 시장 점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IT 업체들의 인도 전쟁은 내년 분수령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업계 맞수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도의 인터넷 주도권을 놓고 사실상 전면전을 시작했다. 인도계인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인도에서 “내년 인도 기차역 100곳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글은 인도 정부와 협력해 네트워크 설비를 실은 대형 풍선을 상공에 띄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 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소수언어가 150여개에 이르는 국가 특성을 고려해 다른 언어로 작성된 글을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프로그램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만 1억3,000만명의 이용자를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역시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 ‘인터넷닷오알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닷오알지는 뉴스 서비스, 정부 홈페이지 등 페이스북이 미리 지정해 둔 웹사이트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이 서비스를 인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접속 가능한 사이트에 제한을 둔 점 때문에 최근 인도 정부가 망 중립성 침해를 이유로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막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접속용 소프트웨어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구글, 페이스북의 무료 인터넷 사업도 플랫폼 선점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현지 맞춤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공을 들여 온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등 휴대폰 업체들도 인도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 붙였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용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대신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OS 점유율도 확대된다.
반면 애플은 아직 인도에서 점유율이 채 1%에도 미치지 않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폰6S 가격을 인하하고 본사 직영 판매점인 애플스토어 5곳 설립을 발표하는 등 행보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2년 전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중저가형 아이폰5C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을 교훈 삼아 이를 개선한 아이폰6C를 내년에 내놓고 인도와 동남아 등에서 판매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지 휴대폰업체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업체 화웨이, 샤오미 등이 인도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가 20%대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신년에는 글로벌 업체들의 인도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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