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사회공헌활동을 직원들에게 떠넘겨 논란이 되고 있다. 직원들을 쥐어짜 실적을 올리고는 회사가 생색을 내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글로벌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11월부터 전 세계 17개국에서 직원과 소비자로부터 헌 옷을 수집해 난민에게 지원하는 ‘1,000만벌의 도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만 연간 6만5,000벌을 모았는데 올해는 약 4개월 간 10만벌을 수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간은 3분의 1로 단축하고 목표는 반대로 1.5배 상향 조정한 것이다. 유니클로 측은 25일 “1,000만벌 목표를 잡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현재 지난해 수거량의 절반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회사가 무리한 목표를 세워 놓고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사측은 매주 월요일마다 부서장 회의에서 실적 상위 3개 부서와 하위 3개 부서를 공개하고, 사내에서는 전 직원의 이름과 제출 현황을 일종의 성적표처럼 공유시키고 있다. 한 직원은 “부서장 회의에서 꼴찌 부서를 공개하며 공공연히 면박을 준다”며 “심지어 직원들의 실적을 인사권을 가진 대표이사에게 메일로 보고하기도 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수집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극심한 부담감 탓에 입던 옷을 내놓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의 헌 옷 수거함을 뒤져 리어카로 수백 벌을 가져온 직원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퍼져 있다. 다른 직원은 “일부 부서에서는 협력업체들에 전화해 ‘헌 옷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며 “‘갑’의 부탁은 명령과 같아 실제 협력업체가 제공한 헌 옷 수십 벌을 실적으로 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10만 벌을 수집하기로 했지만, 강제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며 “우수 사원을 칭찬하고 좋은 사례를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실적을 공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는 올해 국내에서 패션업체로는 첫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에 내놓은 기부금은 75만원에 불과해 직원들을 볼모로 봉사활동을 포장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클로 측은 “매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데, 회사 방침 상 굳이 표기하지 않을 뿐”이라며 “최근에도 소외계층에 수천 벌의 의류를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한 기업들의 직원 압박 사례는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KT는 앞서 21일 일반 직원을 상대로 실명으로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받아 잡음이 일었다. 이 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조성한 공익 펀드다. 지난 9월 KEB하나은행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펀드 가입을 지시해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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