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자 모임 정각회 명예회장
경찰ㆍ조계종 사이서 물밑 중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을 때 국회부의장인 정갑윤(4선ㆍ울산 중구)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과 종단 사이에 물밑 중재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정치권과 조계종에 따르면, 정 부의장은 경찰이 애초 체포영장 집행 시한으로 못박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9일 오전 조계사에 들어가 주지이자 조계종 총무부장인 지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을 단계적으로 만났다. 정 부의장은 국회 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 출신으로 현재는 명예회장이다.
정 부의장은 당시 지현 스님에게 “이번 사태가 자칫 ‘민주노총 대 공권력’이 아닌, ‘조계종 대 공권력’의 대결 구도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자비도 중요하지만, 이도 법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베풀어져야 한다”며 “국민 여론 역시 한계에 달했다”는 취지의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자승 총무원장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정 부의장은 “조계종 입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해결해달라”는 뜻을 전했고, 자승 총무원장은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부의장은 경찰 쪽도 “무리한 공권력 집행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경찰이 영장 집행을 하려 조계사 경내에 경찰력 1,000여 명을 투입해 물리적 충돌이 임박한 상태였다.
정 부의장의 물밑 중재에 따라 당일 오후 자승 총무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의 거취 해결 약속과 함께 영장 집행 시한을 다음날인 10일 정오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 위원장은 다음날인 10일 24일간 은신하던 조계사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사태가 종료됐다.
정 부의장 측은 “이외에도 조계사신도회와 조계종중앙신도회 측과도 접촉하는 등 정각회 명예회장으로서 다각도로 물밑 중재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무리 없이 해결된 배경에는 화쟁사상에 입각한 조계종과 정치권, 민주노총, 경찰의 양보와 중재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불자 의원이자 정각회 최초의 명예회장인 정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의원 중에서도 대표적 ‘충박’(충성스런 친박)으로 꼽힌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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