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독려에
연가 남은 직원 중 84%가 신청
신정연휴까지 최대 열흘 쉬기도
딱딱한 공직사회에 새 바람 불러
삼성그룹에서 30년간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전 직원들에게 28일부터 31일까지 남은 연가를 사용하도록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연말이긴 하지만 한 부처 직원들이 대거 휴가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까지 최대 열흘간 쉬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이 처장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24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올해 마지막 주에 남은 연가를 모두 소진하라”며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보내라”고 지시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연가가 남아 있는 인사처 직원은 433명으로 이들 가운데 362명(84%)은 이 처장의 독려에 따라 이 기간에 하루 이상 연가를 쓰기로 했다. 올해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하기로 한 직원도 125명(29％)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하루 이상 연가를 사용한 직원이 46명(10％)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할 때 연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8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연가를 사용하는 직원도 72명에 달했다. 이들은 25~27일 성탄절 연휴, 1월 1~3일 신정연휴를 고려하면 최대 열흘간 쉴 수 있다.
이 처장 역시 국무회의와 정책현장 방문 일정 등이 잡혀 있는 29일과 31일을 제외하고 이틀 동안 연가를 내기로 했다. 성탄절 연휴와 신정연휴까지 포함하면 8일을 쉬는 셈이다. 다만 국무회의, 기획ㆍ예산ㆍ회계 업무, 대외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해 연말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간부나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할 계획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지난해 이 처장 취임 당시 직원들이 규정대로 연가를 자유롭게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새해를 앞두고 재충전 기회를 갖기 위해 연가 사용을 독려했다”며 “이제 공무원도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자기주도형 근무 문화’를 정착시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휴가를 활성화하는 취지로 권장휴가제, 연가저축제, 장기휴가 보장제, 포상휴가제 등을 담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편 중앙부처 공무원(국가직)이 지난해 사용한 연가 일수는 1인당 9.3일이다. 연가 일수는 2009년 6일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평균 부여 일수(20.9일)의 44.5%를 사용하는 데 그쳤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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