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최악 스모그 항공편 결항
뉴욕은 이상고온… 140년來 최고
쇼핑몰 총기난사·가스폭발 참사도
인도 총리, 11년 만에 파키스탄 방문
앙숙 양국 ‘깜짝 악수’ 화해 물꼬 기대
“말구유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아기 예수의 소박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2015년 전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서 전세계인에게 당부한 말이다. 교황은 또 “이 사회는 소비주의, 쾌락주의, 부유와 사치, 외모지상주의와 자기애에 취해 있다”고 경고하고 “이 세상은 종종 죄인에게는 무자비하고 죄에는 관대하다, 그 차이를 식별하고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정의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며 자비와 동정, 정의를 강조했다.
교황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리스마스 날 지구촌은 인간의 탐욕이 만든 환경 재앙과 사건 사고, 또 증오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용서와 사랑이란 희망도 있었다.
살인적 스모그, 이상 기온, 토네이도 홍수 잇따라
중국은 25일 또 다시 엄습한 살인 스모그 속에서 숨막히는 고통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수도 베이징은 이날 스모그 두번째 등급인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이날 측정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이미 두 차례 발령된 스모그 적색 경보 당시보다 더 높았다. 가시 거리가 100m도 안 될 정도로 스모그 안개가 심해지며 베이징서우두(首都)국제공항은 오전 한 때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됐다. 이날 하루 베이징공항의 취소 항공편은 100편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上海)와 저장(浙江)성의 항저우(杭州) 등에서도 스모그 황색 경보가 발령되는 등 사실상 이날 중국 주요 지역이 대부분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올 겨울 기승을 부리는 최악의 엘니뇨가 미국과 중남미에서 이상 기후를 초래했다. 미국 뉴욕의 크리스마스 이브 기온이 역대 최고인 21도를 기록하며 반팔 차림의 쇼핑객들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871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보다 3도 가량 높다. 한편 23일 미국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주 등 미 중동부 지역에는 때 아닌 토네이도로 지금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강물의 범람으로 10만여명이 대피했으며 콜롬비아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어려워 전기 공급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테러 경고, 총기난사, 유혈 충돌도 그치지 않아
테러 위협과 폭력도 그치지 않았다. 베이징의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싼리툰(三里屯)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위협 소식이 전해진 뒤 크리스마스인 25일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은 시 전역에 치안 관련 황색 경계령을 내린 뒤 사실상 싼리툰의 상점 한 곳마다 경찰 한 명씩을 배치했다.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 소속 특공대인 눈표범(雪豹)돌격대도 중무장을 한 채 포진하고 있어 살벌한 성탄절 풍경을 연출했다.
쇼핑객들로 1년 중 가장 붐비는 2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쇼핑몰에서는 총격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으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한 빈민가의 상가 지역에서는 무장괴한들이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대 2명이 사망하고 여성 1명과 어린이 1명이 총상을 입었다. 같은 날 나이지리아에서는 가스 운반 트럭의 가스 방출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조리용 부탄가스를 받으려고 모인 사람들 등 최소 100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지난 석달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로 기독교의 아기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의 연례 행사도 활기를 잃었다. 팔레스타인 행정구역인 베들레헴의 구유광장에서 열린 연례행사 이외의 다른 기념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간 유혈 충돌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인 20명과 팔레스타인인 124명이 사망했다.
반이민 정서가 퍼지며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가 1,600건 이상 발생한 독일에서는 24일 바이에른주 외국인 거주 아파트 두 곳에 벌어진 방화공격으로 미성년자 7명을 포함한 12명이 다쳤다.
인도 총리 파키스탄 방문·시리아 평화협상 진전 등 희망도 여전
전 세계 곳곳이 사건ㆍ사고로 몸살을 앓았지만, 평화와 희망의 소식도 전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는 성탄절인 25일 인도 총리로서는 11년만에 ‘앙숙’ 파키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 등 파키스탄과 세 차례나 전쟁을 치른 인도 총리가 파키스탄을 방문한 것은 2004년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회의 참석을 위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모디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파키스탄 라호르 공항에 도착했고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공항에 직접 나와 모디 총리와 포옹하며 영접했다. 이날은 샤리프 총리의 생일이자 그의 손녀 결혼식이 열리는 날로, 샤리프 총리의 사택에서는 잔치가 벌어지던 중이었다. 이번 만남은 모디 총리가 이날 오전 샤리프 총리와 전화하던 중 갑자기 성사됐다고 인도 매체들은 전했다.
모디 총리는 라호르 공항에서 샤리프 총리와 함께 헬기로 샤리프 총리 사택으로 이동해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으며 다시 헬기로 라호르 공항으로 와 오후 7시쯤 인도 뉴델리로 향했다. 샤리프 총리는 모디 총리가 공항을 떠날 때 까지 동행했다. 앞서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샤리프 총리의 생일을 언급하며 축하글을 남기기도 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도 평화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BBC는 25일 “유엔 중재의 시리아 협상에서 수 천명의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야르무크 난민 캠프를 떠나는 안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현재 야르무크 난민 캠프에 갇혀있는 1만 8,000여명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또 전투원들은 야르무크와 하자르 알 아스와드, 알 콰담 주변 지역에서 철수한다. 시리아 내전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유엔은 직접 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고 시리아 정부는 인접한 잠재적인 위협도 사라지게 된다. BBC는 “이 협상이 내년 1월 열리는 시리아 평화협상을 앞두고 작지만 희망적인 전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일근 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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