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업가 피살 사건 자문을 위해 처음으로 현지에 파견된 우리 경찰 수사팀이 치밀한 과학수사를 통해 청부살인 가능성을 밝혀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파견된 수사전문가들이 목격자 및 유족과의 심층 면담, 용의자의 행동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단순 강도가 아닌 청부살인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려 필리핀 경찰에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돈을 빼앗은 용의자 중 한 명이 현장을 떠나려다 다시 와 한국인 사업가 조모(57)씨에게 6발의 총을 난사하는 등 잔인하게 살해했고, 조씨가 7,8년간 별거 중인 현지인 전 부인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 또 그가 사업을 하면서 복수의 현지인과 금전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 등을 근거로 청부살인 가능성을 입증했다. 필리핀 경찰은 우리 수사팀이 해당 내용을 알리기 전까지 단순 살인강도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경찰 수사팀은 사건 현장에서 약 4km 떨어진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에서 흰색 스포츠유틸리티(SUV)를 용의차량으로 특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사건 현장에서 발견하지 못한 탄피 2개와 실탄 1개를 추가로 확보, 구입처까지 찾아낸 뒤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미등록 불법제작 총기임을 확인해 필리핀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파견 수사팀은 관련 자료를 필리핀 경찰에 넘겨주고 이날 귀국했다”며 “추후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경우 타당성과 적절성 등을 검토해 추가 파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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