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전통 모자를 쓴 남성 수십명이 기쁜 날을 맞이한 듯 두 손을 높이 든 채 춤을 춘다. 이들의 손에는 총과 칼, 화염병과 함께 한 어린 아이의 사진이 들려있다. 참가자 한 명이 이 사진을 칼로 연신 찔러대자 주위 사람들은 환호하며 “팔레스타인에 복수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자”고 목청 높여 노래한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현지 방송 ‘채널10’이 전날 공개한 2분45초 분량 영상이 대내외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 속 남성이 재차 찔러대던 사진 속 아이는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의 방화 테러로 올 7월 숨진 팔레스타인인 ‘알리 다와브샤’였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고작 18개월 배기 아이였던 알리는 범인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불길에 휩싸여 숨졌고, 알리와 함께 자택에 있던 부모님 역시 며칠 뒤 잇따라 사망했다. 영상은 3주 전 치러진 유명 극우주의자의 결혼식에서 찍힌 것으로, 결혼식 주인공은 알리를 살해한 용의자의 친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 같은 영상이 등장하자 분쟁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까지 나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이스라엘의 사회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는 한 무리가 진짜의 얼굴을 드러냈다”고 비난할 정도다. 유대교 정당인 시오니스트연합을 이끄는 이삭 헤르조그 대표 역시 트위터에 “당신들은 스스로의 행동이 유대인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면서 “이들은 유대인과 신들에 불명예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신원과 증언이 추가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하는 중이다. 이스라엘 채널2 방송에 따르면 유대 극우파 정치지도자들이 피로연에 다수 참석했고, 그 중 이타마르 벤 그비르라는 인물은 유대 극우주의자 변호사로 방화 사건 용의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다. 동영상 속의 한 인물은 이스라엘 정부가 금지한 유대인 극우세력 ‘카흐네차이’의 문양이 새겨진 상의를 입었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남성은 채널10과 인터뷰에서 “어린 아이들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 발언을 쏟아냈다”며 “나는 이러한 형식의 결혼식에 수년 간 참가해 왔지만, 무기를 들고 춤추면서 알리의 사진을 찌르는 등 적정선을 넘어선 행위를 하는 행사는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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