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년 초부터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를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추방하기 위한 대대적 작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24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을 인용, 이민 단속에 걸린 뒤 법원의 귀국 판결을 받고도 아직 미국을 떠나지 않은 수백 가구를 돌려보내는 작전이 내년 초부터 전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CE 직원들은 아직 국토안보부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익명을 전제로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고 이들 언론은 덧붙였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의 경우 미국에 도착한 이후 미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는데,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많은 가구가 송환 결정을 무시하고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1월초 시작되는 송환 작전은 법원으로부터 귀국 명령을 받고도 돌아가지 않은 불법 이민자 혹은 가정에 대해 이뤄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 전역에서 작전을 펼칠 예정이지만, 중남미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 대부분이 미국 남서부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주를 거치는 만큼 실제로는 이들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 전력이 있는 밀입국자들이 1차 추방 대상이며 최근 입국한 중남미 이민자들도 추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민 당국의 추방 작전이 불법 이민자는 미국에 발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잠재적인 불법 이민자에게 각인시키는 한편 불법 이민자 가정의 구성원들이 인신 매매업자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ICE의 계획 알려지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비판 강도는 각 진영마다 엇갈렸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진영은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캠프 대변인은 “클린턴 전 장관이 보도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난민이 충분하고 공정한 설명을 들을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힐러리에게 크게 뒤처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강력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은 억압받는 난민들에게 희망의 신호등 역할을 해왔다”며 “난민 신청을 하려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쫓아내기보다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오말리 전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죽음을 피해 미국에 온 중남미 난민들을 체포해 추방하려는 계획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ICE의 이번 추방 작전은 론 존슨(공화ㆍ위스콘신)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존슨 위원장은 “이민 문제의 주요 해결방안은 불법 이민자의 95.6%에 대해 체류를 허용하는 유인책 대신 불법 이민자들을 인도주의에 따라 원래 국가로 신속히 송환하는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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