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왕복 12차로인 서울 한남대교 남단의 강남대로를 무단횡단 하던 취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무엇보다 보행자의 잘못이 크고 운전자는 규정속도를 어기지 않은 점이 이유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25)씨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권씨는 지난 2월 5일 오후9시쯤 서울 강남구 한남대로 북단에서 남단으로 승합차를 몰고 가던 중 1차선 부근에 있던 피해자 조모(23)씨와 충돌했고, 조씨는 사흘 뒤 뇌부종으로 숨졌다. 검찰은 권씨가 전후를 잘 살피지 않아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사고도로의 특성상 보행자가 있으리라고 예견하기 어려운 점 ▦야간에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점 ▦제한 속도를 어긴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세가지를 제시했다. 때문에 “권씨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곳은 한남대교 남단에서 강남대로로 연결되는 지점으로 인근에 경부고속도로 진입로가 맞물려 있다. 왕복 12차로 가운데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돼 일반인의 보행이 불가능한데다, 횡단보도는 물론 보행로도 없다. 조씨는 사고 당일 어두운 옷을 입고 취한 상태에서 가로등도 없는 도로를 무단횡단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운전한 차량의 스키드마크의 길이(19.04m)로 볼 때 당시 운전 속도는 62㎞ 정도로 조사됐다. 이 판사는 “조씨가 피해자를 발견한 즉시 제동장치를 조작하였더라도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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