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사는 서양인들은 25일 불안 속에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이날 베이징(北京)의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싼리툰(三里屯)은 교통이 통제된 채 총을 든 경찰들이 하루 종일 순찰을 돌았다. 경찰은 시 전역에 치안 관련 황색 경계령을 내린 뒤 사실상 싼리툰의 상점 한 곳마다 경찰 한 명씩을 배치했다.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 소속 특공대인 눈표범(雪豹)돌격대도 중무장을 한 채 포진했다. 주변 쓰레기통은 아예 철거됐다.
흥겨워야 할 성탄절에 계엄령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있을 것이란 첩보 때문이다. 주중미국대사관은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국민들에게 “성탄절 전후 싼리툰에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접수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주중영국대사관 등도 비슷한 내용을 통보했다. 싼리툰은 주중 외국 대사관과 고급 카페 등이 밀집되어 있어 외국인과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서울 이태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곳에선 그러나 외국인을 겨냥한 범죄도 종종 일어난다. 올 9월 20대 중반의 한 남성이 1m 길이의 흉기를 휘둘러 프랑스 국적의 남성과 결혼한 지 10일밖에 안 된 여성 한 명이 숨지기도 했다.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교육위원회도 학생들이 성탄절을 전후로 싼리툰에 가지 않도록 지도하란 긴급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에 따라 평상 시 북적이던 싼리툰은 이날 인파가 크게 줄며 한산했다. 한편 주중한국대사관도 미 대사관 공지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우고 다중 밀집지역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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