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500여 관객 환호…재치 빛난 무대
“김태희!”…게스트인 가수 비 무대에 관객들 장난도
이번엔 그룹 EXID였다. 공연에서의 ‘엽기여장’으로 유명한 싸이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연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에서 검은색 숏팬츠를 입고 EXID의 ‘위아래’ 무대를 패러디해 폭소를 자아냈다. 시종일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질펀한 엉덩이를 내미는 건 도발의 시작에 불과했다. 싸이는 가슴에 폭죽 장치를 달아 불꽃이 터지는 쇼를 선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가슴 불꽃쇼’ 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즐겨 하는 퍼포먼스다. 왼쪽 가슴에서는 불꽃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싸이는 당황하지 않고 오른쪽 가슴에 남은 불씨를 입으로 불어 끄며 능청을 떨어 관객을 다시 한 번 웃음짓게 했다.
싸이의 재치가 빛났다. 그는 공연 제목인 ‘갓싸이’ 에 맞춰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대기실을 나와 무대로 가는 영상을 내보내 시작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공연 콘셉트에 맞춰 공연 안내 스태프들까지 모두 갓을 씌워 잔재미를 주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관객을 휘어잡는 싸이의 입담은 여전했다. 그는 “소리 지르는 척 메소드 연기를 하는 관객들이 있는 곳은 철저히 외면하겠다” “굵고 길게 가다 서서히 사그라드는 지식층의 함성을 보여달라”며 관객을 흔들었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 네 명의 중년 여성을 향해서는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추억은 영원하다”며 무장해제시키고 흥을 띄웠다.
공연을 달군 건 무엇보다 싸이의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라잇나우’ 로 공연의 문을 연 싸이는 ‘젠틀맨’ ‘연예인’ ‘새’ ‘흔들어 주세요’ ‘강남스타일’ 등의 히트곡으로 관객을 열광시켰다. 첫 곡을 마치고 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던 싸이의 열정적인 무대에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함께 뛰었다. 싸이가 지난 1일 낸 7집 ‘칠집싸이다’ 신곡인 ‘나팔바지’와 ‘대디’의 춤을 따라 추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얻어걸린 행운을 마치 의도했던 것처럼 2~3년 살다가 정신 차리고 앨범을 냈다. 행복한 건 역시 제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지금 매우 행복하다”며 공연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큰 의미를 뒀다.
지구력과 근력 그리고 끈기가 중요하다는 싸이의 공연답게 그는 한 시간 넘게 앙코르 무대를 꾸려 관객들과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 “밤 새”라는 관객들의 함성에 싸이는 “고객을 모시는 업주의 마음으로 공연하는 딴따라”라고 응답하며 이문세의 ‘붉은 노을’, DJ DOC의 ‘런투유’ 등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클라리넷으로 부는 모습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날 싸이 공연장에는 1만2,500여명이 몰려 만석을 이뤘다.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 갓싸이’ 는 이날부터 26일까지 3일간 총 4회가 열리는데, 공연 티켓 5만장이 모두 동났다. 첫 공연을 마친 싸이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처음으로 저보다 체력이 센 관객을 만났다”며 관객들에 인사를 전했다.
싸이만큼이나 짓궂은(?) 관객들은 이날 게스트로 온 17년 차 가수 비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 부른 싸이 형을 욕하진 않겠다”며 “내가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만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자,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김태희”를 외쳤다. 당황해 하던 비는 “저 갈까요?”라고 웃음지으면서도 ‘잇츠 레이닝’과 ‘태양을 피하는 방법’ ‘힙송’ 등 세 곡을 카리스마 넘치는 안무로 선보여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공연 한 달 전 중국에 있을 때 갑자기 게스트 연락을 받았다”는 비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갖고 오기로 했다. 뼈를 갖고 오는 게 뭔지 몇 달 후 알려주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비는 2016년 상반기에 새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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