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이 소설은 남북한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심리적인 갈등을 겪으며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를 찾아나서는 인물을 묘사한 ‘광장’은 1961년 첫 출간 이후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
이 소설은 1960년 4ㆍ19 혁명 이후 이승만 정부가 퇴진하고 몇 개월 후에 출판되었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1950년대 반공 체제의 이승만 정부 집권 시기에는 출간되지 못했을 작품이다. 4ㆍ19 혁명 직전과 직후 잠깐 동안 남북한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논의하거나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3의 방향을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이데올로기가 공존하며 황폐화된 한국 사회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 다른 두 이데올로기는 병렬적으로 나타나며 최인훈은 ‘광장’과 ‘밀실’이라는 메타포로 두 이데올로기를 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배치한다. 광장은 공동체를 나타내며 북한의 공산주의를 상징한다. 반면 ‘밀실’은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개인주의를 상징한다.
최인훈은 이 두 가지 모두 사회가 기능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이라고 주장한다. ‘소설’ 광장의 1961년판 서문에서 그는 ‘광장은 인간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동시에 인간은 밀실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이 두 개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과 그것을 통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설 ‘광장’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 주인공도 ‘광장’과 ‘밀실’ 사이를 오가는 인물로 설정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이러한 갈등에서 환멸감을 느낀다. 2차대전 직후 대학생이 된 이명준은 반복적으로 경찰에 괴롭힘을 당한다. 경찰들은 그가 한반도가 독립된 후 월북한 그의 아버지와 같이 공산주의 사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밀실’로 상징되는 한국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한 현실에 맞닥뜨리고 사랑의 실패까지 경험하며 인천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는 아버지가 더 나은 사회라고 믿은 ‘광장’으로 상징되는 북한으로 숨어들어간다. 그 곳에서 그는 비난과 탄핵으로 물든 문화 속에서 특권층의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구속이 강한 사회이지만 이명준은 그곳에서 은혜라는 이름의 무용수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다. 사회적 분위기와 상관없이 잠시 동안 그들은 행복을 만끽하지만 한국 전쟁 발발 후 운명이 바뀌게 된다. 군인으로 간호사로 전쟁에 참가하면서 둘은 헤어지고, 전쟁이 끝날 무렵 이명준은 낙동강에서 포로로 잡힌다. 유엔군은 그에게 북한과 남한 중 한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는 양쪽 모두 선택하지 않고 중립국을 외치며 한반도를 떠나 제3세계로 향한다. 최인훈은 제3세계인 인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주인공 이명준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 소설을 전개해나갔다.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가 남과 북, 좌우 그리고 ‘광장’과 ‘밀실’이라는 양분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제3의 방향을 찾아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간과 역사는 ‘광장’의 분석이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졌음을 증명한다. 1989년 서문에서 최인훈은 여전히 그가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과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이명준은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살아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안타깝지만 지금도 ‘광장’과 ‘밀실’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좌우에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행태가 만연하다. 최인훈이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그렸을 때, 그는 지금 같은 한국의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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