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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엄마 계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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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엄마 계시냐

입력
2015.12.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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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는 할매가 왔다.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엄마 계시냐?” 묻는다. 비닐봉지엔 고구마 다섯 개와 무 두 개가 들었다. 엄마는 할매와 함께 무를 씻어서 숭숭 썰어 무밥을 새로 짓고, 고구마도 씻어 썰어서 기름에 튀겨 맛탕을 만든다. “얘들아, 와서 맛탕 먹어라.” 엄마가 부르자 아이들이 와서 둘러앉는다. 엄마는 할매와 머리를 맞대고 간장에 썩썩 비벼 무밥을 먹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이마를 부딪쳐가며 고구마 맛탕을 맛나게 먹는다.

무밥. 먹어본 지 오래됐다. 치킨과 피자는 먹어본 게 엊그젠데, 무밥과 고구마맛탕은 별로 못 먹었다. 동시 ‘엄마 계시냐’가 그려놓은 그림은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한데, 수억 수십억 비싼 그림을 보는 것보다도 아름답고 찡하다. 할매는 매일같이 검정 봉지를 들고 이웃집을 찾아가는 걸 보면 혼자 살고 있는가 보다. 그 노인을 스스럼없이 맞아 음식을 만들어 온 식구가 둘러앉는다. “엄마는 무밥 지어/ 할매랑 머리 맞대고/ 우리는 맛탕에 머리 맞대고”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만큼 진한 그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삶을 담아내는 시선이 따뜻하다.

단속(斷續, 團束) 사회라는 분석은 SNS 시대의 오늘의 삶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노인만이 아니라 젊은이의 고독사 뉴스도 들려온다. 연말이 가까워오며 동창회다 송년회다 이런저런 모임으로 밖에서 왁자하게 먹고 떠들다 들어오지만, 이웃 사람과 여유있게 차 한잔 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세상이 다 한가지인 것은 아니다. “혼자 먹는 밥이/ 제일 무서”운 할매와 한식구처럼 정을 나누는 이웃도 있다. 이웃을 잃어버린 시대, 진짜 이웃 사이란 어떤 존재인지 슬그머니 알려주는 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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