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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담합 건설사에 법정 최고형, 그러나 벌금은 고작 7,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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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담합 건설사에 법정 최고형, 그러나 벌금은 고작 7,500만원

입력
2015.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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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변호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이날 열린 4대강 사업 소송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과 변호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이날 열린 4대강 사업 소송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4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로 기소된 건설업체인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에게 벌금 7,500만원씩을, 삼성중공업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벌금 7,500만원을 선고 받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통합으로 법인이 존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항소심에서 벌금 7,500만원을 선고 받고 상고를 취하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결국 이들 건설사가 4대강 사업 담합에 대한 형벌로 납부해야 하는 벌금을 모두 합하면 고작 5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4대강 담합조사 결과에서 이들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 담합으로 얻은 부당 이득금은 1조6,635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벌금 7,500만원은 건설산업기본법상 담합행위를 한 업체에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라며 입법 문제를 지적하고, “과징금 등 다른 행정규제 수단들이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 상한은 다소 낮게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 95조(벌칙)에서 건설공사 입찰 담합 행위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형량을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경합범 가중을 해도 벌금형이 최대 7,500만원밖에 될 수 없다. 현대건설 출신인 이 전 대통령 명의의 법률 개정이유는 ‘건설업종별 영업범위의 제한 완화’로 시작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담합 행위를 예방하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정 벌금형량의 상한을 높이거나 상한을 정하지 않고 하한만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변호사)은 “형벌은 ‘이렇게 하면 내가 큰일난다’는 일반예방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법정벌금형은 담합 행위를 억제하는데 아무런 위화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대기업들이 담합행위로 수백억, 수천억을 벌고 벌금 7,500만원을 내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도 “기업 입장에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담합행위 비용과 적발 시 비용을 비교해봤을 때 적발돼도 담합하는 게 훨씬 이득이 더 남기 때문에 담합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건설산업을 경기 부양ㆍ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담합행위를 강하게 규제를 하려다가도 경기가 나빠지면 규제수준을 낮추고 사실상 형사법적 범죄행위로 보지 않는 정부당국과 사회 일반의 인식제고 없이는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건설사들은 건설사협의체를 만들어 2009년 1~9월 4대강의 14개 보(洑)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설계' 등의 수법으로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들러리 업체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속칭 'B설계'를 제출하고, 응찰가격은 낙찰받기로 한 업체의 요구대로 써주도록 해 공사를 나눠가졌다.

이들 업체의 전ㆍ현직 임원 22명도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날 삼성중공업 전 토목영업팀장 조모(61)씨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중겸(65) 전 현대건설 사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서종욱(66) 전 대우건설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건설협의체 운영위원을 맡아 담합을 주도한 손문영(63) 전 현대건설 전무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나머지 18명은 징역 8월~2년에 집행유예 1~3년씩을 선고 받았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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