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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사칭 42억 사기.. 주범은 사촌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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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사칭 42억 사기.. 주범은 사촌언니였다

입력
2015.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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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행세로 “명품을 싸게 사주겠다”며 42억원을 가로챈 사기극 주범이 항소심에서 바뀌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23ㆍ여)씨의 사촌언니 장모(39)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장씨는 경찰에서는 단순 가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으나, 검찰에서 주범으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가 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반면, 1심에서 주범으로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된 박씨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장씨는 동생이 파워블로거가 아니어서 피해자들에게 명품 등을 싸게 사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면서 계속 동생을 내세워 사기극을 벌였다”며 장씨를 단죄하는 이유를 밝혔다. 앞선 1심은 장씨가 자신이 가짜 파워블로거임을 털어놨는데도 계속 사기를 쳤다는 박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박씨는 경찰에서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가 검찰에서 장씨도 공범이라고 말을 바꾼 게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는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2심은 박씨가 친척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부담을 떠안고 허위 진술을 하긴 어렵다고 봤다. 장씨는 박씨에게 ‘역시 내 수하야’, ‘언니가 너 닦달할까 봐 무섭지’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과 동생에게 단독 범행임을 암시하게 하는 메시지도 쓰게 한 것이 고려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박씨의 고백 이후 오히려 골프회원권과 골드바, 여행권, 아파트 등 고가의 물품에 대량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점을 들어 “나이가 어리고 아르바이트만 한 박씨가 아닌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며 사회 경험이 많은 장씨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며 유인해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장씨의 지시대로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매달 할인금을 보내는 역할에 그쳐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박씨가 파워블로거임을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냈기에 장씨가 계속 박씨에게 피해자들과 금전 거래를 유지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기액은 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약속했던 물품들을 사주거나 돈을 보내기 위해 돌려막기하는데 쓰였지만, 장씨가 일부를 자신의 계좌로 받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쓴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사건은 박씨의 선의의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박씨가 2013년 5월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에게 30만원짜리 화장품을 선물했다가 “힘들게 번 돈으로 샀냐”는 말을 듣자 “파워블로거라서 홍보 해주고 싸게 받았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이후 어머니가 집안 친척에 이를 자랑하자 장씨는 친구들의 ‘구찌’ 가방 구입 대행도 장씨에게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95만원만 받은 뒤 아르바이트 용돈 등을 보태 백화점에서 130만원짜리 구찌 가방을 정가로 매입해 건네는 식으로 버텼다. 하지만 장씨가 2013년 11월 추가로 “‘샤넬’백 11개를 더 사달라”고 하자 감당이 안 됐던 박씨는 언니에게 자신이 가짜 파워블로거임을 털어놨다. 하지만 장씨는 알고 지내던 고급 미용실 원장(44) 등 여러 지인들에게 자신이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과시해둔 상태여서 동생의 고백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골프회원권, 골드바, 여행권, 심지어 아파트까지 싸게 사주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정상가의 30~50%를 예치금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장씨는 그렇게 동생을 앞세워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자 21명에게서 총 42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당초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가 친척과 지인들에게 알려져 아무 이익이 없더라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정상을 참작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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