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57ㆍ사법연수원 18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4일 취임 일성으로 엄정한 법 집행과 수사팀의 독단적 판단 자제, 주요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언급했다. 검찰 수사 관행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사 한 명이나 수사팀만의 의견이 아닌 청 전체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운용함으로써 바르고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튀는 수사’나 ‘무리한 기소’의 자제를 강조했다. 특히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를 통해 실력과 경륜을 갖춘 중간 간부들이 사건을 직접 검토하고 중요 사안은 부장회의 등을 통해 함께 고민하는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사건 처리를 두고 수사팀 안팎의 주장이 갈릴 경우 부장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는 전에도 있었지만 첫 공식 석상부터 이를 앞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또 “검찰시민위원회 등을 통하여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검찰권 행사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여 검찰 밖 여론을 투명하게 반영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지검장의 이 같은 지적은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거나, 국민의 법감정을 외면하고 법리에만 치중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신뢰 추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외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불법ㆍ폭력 시위자 및 내년 총선과 관련한 불법선거 사범 등 공안 사범에 대한 엄중 처벌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서울 출신인 이 지검장은 1989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을 거쳤으며 노무현 정부시절 대통령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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