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학대서 탈출한 인천 초등생
입양ㆍ위탁 제의에 후원금 쏟아져
구속된 아버지, 이제야 “죄송하다”
“아이 밝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전문가 진단에 소아전문병원으로 옮길 듯
2년 이상 감금ㆍ학대한 친부와 동거녀의 손에서 벗어난 인천의 학대피해아동 A(11)양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인천남부아동보호기관에 따르면 A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후 입양하거나 위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자신을 캐나다에 사는 주부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전화를 걸어 “A양이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봤다”면서 “아들딸이 있는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A양을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기관을 직접 찾아와 “게임중독이라는 친아버지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다. A양을 위탁 받아 집에서 잘 돌봐주고 싶다”고 전한 70대 남성도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 A양의 친부의 친권이 박탈되지 않는 이상 입양은 불가능하다.
후원금도 속속 답지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7명의 남성은 “뉴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홀트아동복지회에 후원금을 보냈다. 이들은 양육기금 정기 후원도 따로 신청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후원계좌에 24일 오후 현재 750여 명으로부터 3,550만원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후원자들은 ‘아가야 힘내’, ‘소녀야 힘내’ 같은 응원글도 함께 보냈다.
한편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된 아버지(32)와 동거녀(35), 동거녀의 친구(36) 등 3명은 이날 검찰에 송치됐다. A양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이송되면서 “딸을 왜 때리고 굶겼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버지의 처벌을 원한다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동거녀와 친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이송 차량에 올랐다. 이들은 2013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연수구 소재 빌라에서 A양을 감금한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양이 2013년 7월 이전에도 학대 받은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아버지의 친권 상실 선고를 법원에 청구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특례법에선 학대 행위자가 친권자일 경우 검사가 친권 상실을 청구하도록 돼 있다.
한편 현재 인천 연수구 소재 한 종합병원의 일반 병동(6인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양은 조만간 소아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전문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A양이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과잉행동일 수 있다”며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놀이치료ㆍ미술치료 등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결정한 뒤 소아전문병원으로 옮겨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소아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상태가 밝다고 해서 아이가 괜찮은 게 아니며,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는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며 “여러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A양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A양은 발견 당시 골절ㆍ염좌ㆍ타박상ㆍ영앙실조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