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 네 가족 22명이 그 동안 머물던 태국 난민캠프를 벗어나 23일 한국에 들어왔다. 재정착 난민 지원제도에 따라 우리나라에 처음 정착하게 된 난민들이다. 이들은 수 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소수민족과 정부군 간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건너가 길게는 10년 가까이 피란생활을 해왔다. 이들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월 우리 법무부가 직접 미얀마 접경 태국 캠프로 찾아가 심사를 거쳐 재정착 난민으로 받아들인 덕분이다.
난민법에 규정된 재정착 난민 지원제도는 해외 난민캠프에 있는 난민이 재정착을 원하는 나라로 특정 국가를 희망하면 그 국가가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면접, 건강검진 등을 거쳐 수용하는 제도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재정착 난민제도는 미국 캐나다 등 28개국이 시행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는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2013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배타적인 문화와 난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실제 한국에 정착한 난민은 극소수에 머물렀다. 최근 5년 간 국내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9,155명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3.6%에 불과한 331명에 그쳤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은 30%가 넘고, 호주 캐나다 등은 난민 재정착 제도에 따라 매년 1만명 정도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심사 기간이 2~3년으로 너무 길고, 심사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게 직접적인 이유다.
지난 9월 터키 해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을 계기로 난민 문제는 지구촌의 최대 이슈로 되고 있다. 올해에만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4배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은 태부족이다. 난민 대부분이 전세계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같은 무슬림이라는 것도 난민 수용을 꺼리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무슬림이라고 해서 무슬림 전체를 테러와 동일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례가 찾아오는 난민의 수용여부만 심사하던 태도에서 능동적으로 난민을 찾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난민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출산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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