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명희에게 한 좋은 일이 북한에 있는 아들에게 큰 축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온 손하나(48ㆍ여)씨는 24일 같은 탈북자 출신인 주명희(40ㆍ여)씨에게 신장 기증을 허가받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사람은 북한이탈주민 정착기관인 하나원에서 만난 뒤 친자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탈북자의 신장 기증은 처음이다.
주씨는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당뇨병을 앓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혈액투석을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병세가 악화했다. 투병생활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씨를 옆에서 지켜보던 손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결단을 했지만 홀로 북한을 탈출한 신분으로는 신장 이식이 쉽지 않았다. 손씨는 두 차례나 대형병원에 신장 이식을 문의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기증자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 수술 자체가 어렵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8월에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질병관리본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장기기증을 할 경우 의료기관을 통해 접수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또다시 반려 통보를 받았다. 손씨는 결국 지난달 2일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기자회견 이후 손씨는 서울아산병원에 장기기증 의사를 재차 밝혔고, 병원 윤리위원회는 “결격 사유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질본 장기이식관리센터도 “손씨가 제출한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수술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수술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신장 이식을 앞둔 주씨는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으면 하나 언니의 인생에 힘이 되는 동생이 되겠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주씨를 위해 모금 등을 통해 수술비 전액을 후원키로 했다. 신장 이식 수술은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한덕종 교수의 집도로 진행된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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